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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행

한은 "AI, 일은 빨라졌지만 생산성은 막혔다"

한은 이슈노트 “업무시간 3.8% 줄었지만 생산 증가 연결 안 돼”
AI 확산보다 업무 재설계·성과 유인체계가 생산성 좌우

/한국은행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근로자의 업무시간을 줄이는 효과는 뚜렷하지만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는 아직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가 개별 작업의 효율은 높이고 있지만 업무 흐름 개선과 조직 구조 변화, 인력 재배치로 확장되지 못하면서 이른바 '생산성 단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7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의 BOK이슈노트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활용한 근로자의 평균 업무시간은 3.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는 주당 약 1.5시간을 절감한 셈이다.

 

연구진은 절약된 시간이 모두 생산 활동에 다시 투입된다고 가정할 경우 잠재적 생산성 향상 효과가 약 1.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생성형 AI가 적어도 개별 업무 단위에서는 생산방식을 바꾸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직업별로는 전문직과 사무직, 관리직에서 시간 절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서비스직, 기능직, 단순노무직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작업별로는 교육자료 개발, 통계분석, 모델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 인지적·비정형 업무에서 AI 활용 효과가 두드러졌다. 업무 조율이나 장비 운용 처럼 고맥락 판단이나 물리적 협력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시간 절감 효과가 크지 않았다.

 

문제는 시간 절감이 곧바로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AI 활용에 따른 업무시간 절감률과 업무처리량 증가율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두 변수의 상관계수는 0으로 나타났다. AI를 통해 일이 빨라졌지만 그만큼 더 많은 산출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를 '생산성 단절'로 설명했다. AI가 문서 작성, 데이터 정리, 분석 보조 처럼 개별 작업의 효율은 높였지만 절약된 시간이 고부가가치 업무로 재배치되지 못하고,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나 조직 구조 변화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집단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자영업자, 전문직, AI 고강도 사용자 등에서는 시간 절감이 실제 업무처리량 증가로 이어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성과가 소득으로 직접 연결되거나 업무 자율성이 높은 경우 AI를 통해 아낀 시간을 추가 업무나 업무 고도화에 투입할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현재의 AI 확산이 기업 단위의 체계적인 업무 흐름 변화보다 개별 근로자 단위의 활용에 머물러 있다고 봤다. 실제 기업의 AI 활용률은 2024년 기준 9.6%로 근로자의 업무용 생성형 AI 활용률 51.8%와 큰 격차를 보였다. AI 사용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기업 조직 전체가 AI에 맞춰 재설계되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연구진은 현재 AI가 '효율성' 단계에는 진입했지만 아직 '생산성' 단계로 충분히 전환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범용기술 도입 초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전환 과정으로, 과거 정보통신기술 확산기에도 생산성 개선이 통계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정책 방향도 단순한 AI 보급 확대보다 AI를 생산성으로 전환하는 데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표준화된 업무에서는 AI를 단순 보조 도구가 아니라 업무 수행의 중심축으로 배치하고, 절약된 시간을 고부가가치 활동으로 옮기는 조직 차원의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관찰되는 생산성 단절은 기술 자체의 한계라기보다 범용기술 도입 초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전환 과정"이라며 "향후 정책 목표는 AI 확산이 아니라 효율성 증가를 생산성 증가로 전환시키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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