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입시 지형이 다시 한번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2028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안과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은 고등학교 선택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핵심은 내신 성적 산출 방식의 변화다. 기존의 9등급제가 5등급제로 완화되면서 1등급 구간이 10%로 대폭 확대됨에 따라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이 내신 등급 자체만으로는 정밀하게 이뤄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학은 이 지점에서 새로운 변별 기제를 찾을 수밖에 없으며,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결국 학교생활기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과 학생이 어떤 과목을 스스로 선택해 이수했는지를 보여주는 '교육과정 편성표'다.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이 자신의 학업적 역량과 진로의 깊이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른다.
◆ 고교 유형별 구조적 강점과 약점을 입체적으로 해부해야 길이 보인다
현재 고교 체제는 영재학교·과학고, 자사고·외고·국제고, 일반고로 분류되며, 개편안에 따라 유불리의 지형도 역시 재편되고 있다. 먼저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내신 5등급제 전환으로 상위권 내부의 무한 경쟁 부담이 완화되면서, '고급 수학'이나 '화학 실험' 같은 심화 전문 교과 이수 이력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독보적인 무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사고와 특목고 역시 학교가 보유한 풍부한 심화 과목 개설 역량과 세부능력 특기사항 기록의 노하우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대학들이 내신 변별력 약화를 보완하기 위해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들 학교의 강력한 수능 대비 환경은 큰 강점이 된다. 다만 우수 자원들과의 경쟁 속에서 1등급(10%) 이내에 진입하는 것은 여전히 만만한 일이 아니다.
반면 일반고등학교의 가장 확실한 무기는 내신 확보의 용이성에 있다. 1등급 구간이 10%로 넓어짐에 따라, 일반고에서 전교 상위권을 유지하는 전략은 학생부교과전형이나 지역균형전형을 노리는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학교 역량에 따라 선택 과목의 다양성이 부족하거나 교사의 기록 역량에 편차가 존재할 경우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내신 1등급을 확보하고도 대학이 요구하는 높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고배를 마시는 리스크도 엄존한다. 결국 일반고 선택의 핵심은 학교가 고교학점제를 얼마나 능동적으로 안착시켰는지, 그리고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 등을 통해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얼마나 보장하는지에 달려 있다.
◆ 아이의 메타인지와 성향이 배제된 고교 선택은 실패를 양산한다
많은 학부모가 범하는 오류는 '학교의 역량'을 '아이의 역량'과 동일시하는 착각이다. 아무리 교육과정이 훌륭한 자사고나 특목고에 진학하더라도, 학생 스스로가 그 환경을 소화해 낼 동기와 회복탄력성이 없다면 그 화려한 환경은 오히려 독이 된다. 고교 선택의 진정한 출발점은 자녀의 인지적 역량과 성향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 즉 메타인지에서 시작돼야 한다. 학습 동기가 내재적이고 압박감이 높은 환경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멘탈을 지닌 학생이라면 특목·자사고의 치열한 경쟁 환경이 성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반면,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학업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향의 학생이라면, 우수한 일반고에 진학해 안정적인 내신 고지를 선점하고 성취감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 교육과정과 학생의 역량이 공명하는 최적의 트랙을 설계하라
결론적으로 2028 대입 시대의 고교 선택 전략은 '어느 학교가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가'라는 일차원적 질문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재고나 자사고의 화려한 전문 교과 틈바구니에서 단순히 수업을 이수하는 것에 그친 학생보다, 일반고라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공동교육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세부능력 특기사항을 빛낸 학생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아이의 메타인지적 역량을 중심에 두고 변화된 제도의 유불리를 냉정하게 대입해 최적의 교육 트랙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이 혼돈의 입시 지형에서 승리하는 가장 확실한 고교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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