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을 배경으로 첨단 공정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nm(나노미터·10억분의1m) 공정 수율 개선과 AI 반도체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고객사들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올 하반기에 주력 선단 공정인 3나노 가격을 최대 15%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7년에 5%~10% 수준의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3나노 공정 수요는 주로 스마트폰 시스템온칩(SoC)이 주도해 왔지만 최근 AI 서버 플랫폼 교체 주기가 본격화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까지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면서 3나노 웨이퍼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TSMC의 가격 인상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일정 부분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TSMC 대비 첨단 공정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고객사들의 공급망 다변화 수요가 확대될 경우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양산하는 등 차세대 공정 경쟁력 확보에 힘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그간 발목을 잡아 온 수율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수율이 현재 6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상 수율 60% 안팎을 안정적인 양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한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AI 모델 '클로드'를 개발한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에 투자를 단행하면서 앤트로픽의 칩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협력 가능성도 제기되는 모습이다. 엔트로픽은 최근 진행한 시리즈 H 투자 라운드에서 650억달러(한화 약 98조원)을 유치했다고 지난 5월 28일 밝혔다. 투자 참여 기업 중 첨단 파운드리 사업을 보유한 곳은 삼성전자가 사실상 유일하다는 점에서 향후 AI 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뿐 아니라 메모리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고성장 시장으로 꼽히는 차량용 메모리 분야에서는 최근 글로벌 시장 점유율 40%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부터 LPDDR, UFS 등 저전력 메모리 솔루션을 앞세워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본격 진출했으며, 고성능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해 사업을 확대해 왔다.
현재는 LPDDR5X·LPDDR5 등 고성능 D램 차량과 품질 규격인 AEC-Q100을 충족하는 고신뢰성 메모리, 첨단 V낸드 기반의 차량용 SSD 등 다양한 제품군을 앞세워 1위 자리를 지킨다는 방침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TSMC의 가격 인상이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파운드리 반사이익으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며 "현재 반도체 수요가 워낙 강한 상황이어서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 역시 가격 인상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고객사 확보를 위해서는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며, 장기적으로는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적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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