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사흘 앞두고 날아든 '사전투표율 23.51%'라는 숫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전체 유권자 4명 중 1명이 이미 주권을 행사했다는 뜻이자, 4년 전 지방선거(20.62%)를 훌쩍 뛰어넘은 역대 최고 기록이기 때문이다.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고 '동네 선거'라 치부되던 지방선거에서 왜 이토록 뜨거운 열기가 분출된 것일까.
여야 정치권은 저마다의 셈법으로 이 숫자를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하느라 바쁘다. 한쪽은 야당을 향한 '내란 심판 의지'의 발현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한쪽은 현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으려는 '국정 심판론'과 지지층 결집의 증거라며 승리를 자신한다. 어쨌든 공통적으로 보면 여야 지지층의 '사활을 건 총결집'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 공학적 유불리를 떠나, 이 뜨거운 사전투표 열기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본질적인 함의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사전투표의 생활화'를 넘어선 능동적 주권 행사 양식의 정착이다. 과거 사전투표가 단순히 '본투표 날 쉬기 위해 미리 하는 투표'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이제는 본투표의 연장선이자 하나의 거대한 '투표 주간(Vote Week)'으로 자리 잡았다. 유권자들은 선거일을 기다리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적극적으로 투표소로 향하는 유연하고 주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둘째, 정치적 효능감의 심화와 대결 국면에 대한 민심의 조기 응답이다. 비상계엄의 파장과 탄핵 정국 등 최근 몇 년간 격변해 온 대한민국 정치 지형 속에서 유권자들은 "나의 한 표가 세상을 바꾼다"는 강력한 학습 효과를 거쳤다. 이번 사전투표율 최고치 경신은 진보와 보수, 여와 야를 막론하고 우리 동네의 삶을 바꿀 리더를 뽑는 지방선거에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한시라도 빨리 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극단적인 진영 대결 국면이 유권자들을 방관자로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심판과 지지의 장으로 일찍 불러낸 것이다.
셋째, 중앙 정치의 그늘에 가려진 '지역 소멸과 삶의 위기'에 대한 아우성이다.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 아니라 내 집 앞의 가로등, 우리 아이의 보육, 지역 경제의 생존을 결정하는 무대다. 역대급 사전투표율은 날로 심각해지는 지방 소멸의 위기 속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역 주민들의 절박함이 투표소로 발걸음을 재촉했음을 방증한다. 여야가 중앙 무대에서 정쟁에 몰두하는 동안, 유권자들은 지역의 해법을 찾기 위해 먼저 움직인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플라톤은 "정치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데 대한 벌 중 하나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23.51%라는 숫자는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결코 정치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준엄한 선언이다.
이제 시선은 6월 3일 본투표로 향한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단순히 투표 분산 효과에 그칠지, 아니면 전체 투표율 견인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민심의 거대한 도도함은 이미 시작됐다는 점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 숫자가 가진 무게감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오만한 평가대신 민심의 엄중한 경고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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