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핵추진잠수함 ‘장보고 N’ 공식화
국내 개발·건조 원칙에 조선·원전 공급망 기대
美 LEU 공급·군사용 원자력 협의가 사업 핵심 변수
정부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개발 사업인 '장보고 N' 프로젝트를 공식 선언하면서 조선·원자력·방산 등 국내 특수선 제조 생태계가 초대형 국책 사업의 출발선에 섰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핵연료 공급망 통제권을 쥔 미국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공급망 자율성을 확보하느냐가 이번 사업의 실질적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6일 경남 진해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정부는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하는 장주기 운전 원자로를 개발해 오는 2030년대 중반 1번함을 진수하고, 2030년대 후반 전력화할 방침이다.
산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국내 개발·건조' 원칙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기존에 없던 독자 핵추진 무기체계가 국산화되면 완성형 무기체계를 중심으로 소재·기자재 기업까지 연쇄적인 공급망 효과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특수선 양강의 공급망 주도권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선행 설계 연구를 진행했던 한화오션은 잠수함 건조 이력과 거제 기지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장보고 계열 잠수함 사업 경험과 테라파워 등과의 협력을 통해 축적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기반을 앞세워 원전·조선 통합 공급망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국내 업계의 청사진은 미국이 쥐고 있는 군사용 원자력 협력 체계와 맞물려 있다. 한국이 원전 기술 기반을 갖추고 있어 저농축우라늄(LEU) 활용 자체의 기술적 장벽은 낮지만, 이를 군사용 추진체계에 적용하는 순간 민간의 평화적 이용만을 전제로 한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123협정)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미국 국무부·에너지부(DOE)·의회는 물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비확산 관리 체계를 거쳐야 하고, 영국의 미·영 상호방위협정(MDA)이나 호주의 오커스(AUKUS) 사례처럼 별도의 해군 핵추진 협력 체계가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국의 원잠 건조를 승인했다"면서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은 변수로 꼽힌다. 미국이 자국 공급망과 고용을 이유로 선체 건조나 핵심 원자로 모듈의 미국 내 제작을 요구할 경우 국내 조선·원전 생태계가 확보할 사업 규모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원전 인프라 측면에서 호주와 상황이 다르지만, 미국이 우리 공급망에 어느 범위까지 자율성을 허용할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정부가 방향성을 먼저 제시한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미국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실제 국내 공급망 참여 범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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