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도 비싸지 않다" 증권가 잇단 ‘1만피’ 전망
버블 아닌 실적 장세...밸류에이션 부담 제한적
‘반도체 원맨쇼’ 아냐…비반도체 체력도 개선돼
파죽지세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8000을 찍은 코스피가 어디까지 오를지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주요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한 결과 이들은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가파르기는 하지만 '과열'로 보기는 힘들다"며 1만 포인트도 꿈의 숫자가 아니라는 데 무게를 뒀다.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상법 개정)이 이어지고 있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낙관적이어서 중동 전쟁발 유가 상승압력 및 물가 불안(금리 급등) 등 산발적인 해외 악재에도 상승장이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등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면 증시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경고도 일각에서 나온다.
◆'사상 최고치 행진' 안 끝났다..."코스피 여전히 싸다"
코스피가 달아오르자 각 증권사들은 서둘러 연내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14일 KB증권은 목표 지수를 7500포인트에서 1만500포인트로 40% 상향 조정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 시장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919조원으로 추정되며, 압도적인 실적 개선 전망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 7.9배, PBR 1.8배, 자기자본이익률(ROE) 25%로 아시아 신흥국 평균 대비 30% 이상 할인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한국은 반도체, 전력, 로봇 등 AI 인프라 구축에 최적화된 산업 구조를 확보하고 있어 최근 지수 상승에도 코스피의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도 제한적이라고 봤다. 경기 사이클 붕괴, 금리 급등 등의 명확한 신호가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신호가 약 3~6개월 내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현대차증권과 유안타증권도 각각 강세장 전망치를 1만2000, 1만1600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도 강세장 시나리오에서 1만피가 가능하다고 봤다. 모건스탠리는 6500~9500, 골드만삭스는 9000을 잡았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밸류에이션 정상화만으로도 8000선 후반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며 "변동성 확대가 있더라도 상승 추세 종료가 아닌 상승장 속 단기 등락, 매물소화, 과열해소 국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 증시가 리레이팅(재평가)되고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등 주도주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의 주도주가 경기민감주(시클리컬)에서 추세 성장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외 업종에서도 밸류업 정책을 기반으로 구조적인 주주환원 체질 개선이 이어질 경우 증시 재평가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반도체 업종은 장기공급계약(LTA) 비중 확대 등을 바탕으로 기존의 시클리컬 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며 "시장이 메모리 산업의 미래 이익(Earnings)을 신뢰하기 시작하면 메모리 업종에도 주가수익비율(P/E) 기반의 밸류에이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코스피 상단을 열어줄 주요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코스피가 전인미답의 고지를 돌파하고 있지만 증시 상승에 제동을 걸 만한 대외적인 변수들은 여전히 산재해 있다. 요주의 변수들은 반도체 피크, 유가와 환율, 유동성 환수 여부 등이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모멘텀 확산과 반도체 업황 호황 지속, 2분기 실적 기대감이 작용하는 만큼 코스피 추가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도 올해 가을부터는 변수가 존재한다고 봤다. 반도체 피크아웃 리스크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반도체만 오른 게 아니다…비반도체도 레벌업 '뚜렷'
시장 온기가 비반도체로 퍼질 수 있다는 전망도 했다.
양 센터장은 "반도체를 넘어서거나 버금가는 주도 산업이 부각되기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반도체와 선순환 관계를 이룰 수 있는 주도 산업 부상 가능성 충분하다"며 "올해는 반도체의 압도적인 실적 전망 상향 조정에 못지 않게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들의 이익 개선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봤다. 반도체를 제외한 영업이익도 컨센서스(시장 예상치) 기준 전년 대비 45% 이상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대신증권은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에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2021년 고점 대비 코스피는 123.9%, 반도체는 252.4%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도 2021년 고점 대비 84% 올랐다는 설명이다.
양 센터장은 "비반도체 업종의 주가수익률도 글로벌 증시 중 상위권을 기록 중"이라며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둔화될 경우 코스피 상승 탄력은 둔화되거나 약화될 수 있지만, 하락 추세 반전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한국 증시에서 이익 모멘텀이 반도체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글로벌 전반적으로 자본재, 소재, IT하드웨어 업종의 이익 모멘텀이 양호하고, 한국 증시도 자본재 비중이 낮지 않은 편이다. 내수 개선 등으로 인해 금융, 소비재 업종 리레이팅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긍정적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윤 센터장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유가가 완전히 정상화된 것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4월처럼 급하게 상승할 경우, 일시적인 조정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은 유가가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중요한 지표"라고 덧붙였다.
◆'스마트 개미'들의 공격적인 투자...외국인 수급 방향은?
최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는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며 '머니 무브'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세를 보이며 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증시 주도 세력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개미 설거지 장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 센터장은 "2021년 당시에는 지수 레벨업과 함께 12개월 선행 PER은 14배를 상회하며 고평가 영역에 위치했지만, 현재 외국인 매도는 리밸런싱 차원에서 매물 출회로 판단된다"며 "5월 외국인 대량매도에도 코스피 내 외국인 지분율은 38%를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1년 당시 코스피 시장 내 외국인 보유 비중은 1월 35.65%에서 11월 30.97%까지 낮아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양 센터장은 "외국인 매도는 시장을 매도한다기보다는 급등한 업종은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가격·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업종을 매수하는 패턴"이라며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저평가 업종으로 순매수 전환되고,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따른 고유가 진정·원화 안정으로 외국인 순매수 기조도 돌아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자가 차익실현에 나서더라도 금융투자 매수가 유입될 경우, 주가 영향력 자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4월에도 외국인은 강세를 보여온 조선, 자동차, 건설 등의 업종을 매도하고, 기계, 상사·자본재, 2차전지 등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업종들을 매수하는 양상을 보였다. 당시 반도체를 제외한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두산에너빌리티(1조1309억원), 현대로템(4951억원), 삼성SDI(4749억원), SK이노베이션(3532억원) 등이 포함됐으며,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LS ELECTRIC(1조186억원), HD현대중공업(7441억원), 고려아연(6215억원), 현대차(5755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코스피가 예상보다 더욱 강력한 랠리를 재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과거 경기 확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20% 내외 조정이 나왔던 사례들을 보면, 전고점까지 시간이 좀 걸렸을 뿐 전고점 돌파 후엔 강력한 랠리가 나타났던 사례들이 반복됐다"며 "과거 개인 자금은 4000포인트, 5000포인트, 6000포인트를 돌파할 때 급격히 유입됐던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엔 전고점 돌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