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 1조 전망
반도체 인력 수요 30만명 시대
인재·인프라 확보가 관건
삼성전자 파업위기가 일단락된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재 양성부터 인프라 확보, 공급망 안정까지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28일 세계 최대 IT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가 다시 산업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한국은 사상 최대 수익 기회를 맞고 있다.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서버용 D램·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업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호황이 구조적 성장인지 일시적 업황 사이클인지를 두고 시각은 엇갈린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최근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호황이 D램 가격 상승과 AI 투자 집중에 따른 단기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미국 투자리서치업체 멜리어스리서치(Melius Research)는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강세가 2030년대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AI 모델이 6~12개월 단위로 고도화되면서 연산 수요 자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PC·스마트폰 교체 수요 중심이었던 메모리 시장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의미다.
이 기회를 이어가기 위해선 인재 확보가 시급하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인력 수요는 2031년 30만400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지만 대학과 직업계고 등에서 배출되는 인력은 연간 5000명 수준에 그친다. 감사원도 교육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 계획이 모두 달성되더라도 수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카이스트 등 주요 대학과 계약학과·산학협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장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으로 인재가 쏠리면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중소·중견 반도체 업체들의 인력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인프라 병목도 해결 과제다. AI 반도체 생산에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가 필요하지만 인허가 지연과 지역 반발 등으로 생산 기반 확충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력·용수 부족과 2나노 공정 전환의 기술적 복잡성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도 변수다.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EAR)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CXMT·ChangXin Memory Technologies)의 추격도 빨라지고 있다. CXMT는 최근 DDR5 양산과 AI 서버용 메모리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AI 시대 반도체 경쟁은 단순한 기술 싸움을 넘어 인재·전력·공급망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국가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강국을 넘어 AI 인프라 핵심 공급자로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중국의 추격을 막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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