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원·달러 환율, 달러당 1504.3원 마감…7거래일 연속으로 1500원 넘겨
'중동사태' 종전 기대에도 원화 약세 지속…국내증시 외인 자금 이탈 영향
전문가들 "외인자금 이탈 등 원화 약세 요인 여전…당분간 원화 약세 지속"
'중동전쟁' 종료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에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회복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계속해서 달러당 1500원을 넘기며 원화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과 환전 수요가 이어지면서 원화값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504.3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종가)를 마쳤다. 전거래일 종가인 1517.2원과 비교해 12.9원 내렸지만, 7거래일 연속으로 달러당 1500원을 넘겼다. 환율이 7거래일 연속으로 1500원을 넘긴 것은 세계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회복됐지만, 원화의 강세는 제한됐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미국과 이란이 적대행위 중단 및 호르무즈해협 정상화를 포함한 양해각서(MOU)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양해각서에는 향후 30일간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운항 제한을 단계적으로 해제하고, 2단계 핵 협상을 진행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란과의 합의는 위대하고 의미 있는 합의가 되거나, 아예 없을 것"이라면서 "(이란의) 농축우라늄은 미국으로 넘겨진 뒤 폐기되거나, 더 바람직한 방안으로는 이란과의 협력 및 조율을 통해 현지 혹은 다른 장소에서 폐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종전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이란의 핵 개발 일시 중단과 저장된 농축우라늄의 미국 이전을 주장해 왔다. 트럼프가 농축우라늄 처리 문제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만큼, 종전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더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불확실성을 겪었던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국의 증시도 빠르게 상승 전환했다. 이날 코스피도 사상 최초로 8000선을 넘겨 장을 마감했다.
정부는 위험자산 선호 회복에도 원화의 약세가 지속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 시현 및 환전 수요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한국 자산평가액이 높아지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상반기에 주식을 110조원 정도 팔았다"라며 "(주식을) 판 뒤 환전하면서 달러 수요가 증가했고, 일시적으로 외환시장이 1500원을 넘어가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가 제한적인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중동사태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내국인의 해외 투자 증가 등 원화의 약세요인도 여전해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이란이 합의에 근접했다는 소식에 시장이 즉각 반응했지만, 이번 협상에서 실질적으로 진전을 거둔 것은 60일의 합의뿐"이라며 "혁명수비대의 진의, 이스라엘 등 변수가 남았고, 60일의 휴전 조건도 불명확하다. 협정이 체결되면 시장은 당장에는 환호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훈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환율 하락 폭을 제한하고 있고, 국내 경제주체의 해외 투자 확대 추세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며 "원·달러 환율은 팬데믹 이후 저점과 고점이 모두 높아지고 있으며, 연준이 향후 금리를 크게 인하하기 전까지는 원화의 본격적인 강세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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