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더힐트(The Hilt)·호나타(JONATA)
포도송이, 포도알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포도알이 작고, 껍질이 두껍다면 척박한 환경에서 저 깊은 땅속의 영양분을 어떻게든 빨아들이려고 애썼겠구나 싶다.
포도나무 입장에선 극한 환경이지만 와인 양조에 있어선 성지다. 혹독한 만큼 테루아를 그대로 투영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미국 산타 바바라에 위치한 와이너리 더 힐트와 호나타의 총괄 최고경영자(CEO)인 아르망 드 마에그(Armand de Maigret)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좋은 와인이란 처음엔 입 안을, 나아가 뇌를 깨우고 에너지를 북돋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르망이 한국을 찾은 것은 13년 만이다. 그는 미국 컬트 와인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스크리밍 이글'도 이끌고 있다. 더 힐트와 호나타는 스크리밍 이글이 나파밸리가 아닌 곳에서 와인을 선보이고자 시작한 프로젝트다.
호나타가 먼저였다. 산타 이녜즈의 발라드 캐년은 당시만 해도 포도밭이라고는 없던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치발리볼 코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모래밭이다. 그러다 비가 오면 한 두달씩 쉬지않고 쏟아졌다.
그는 "경작이 어려운 지역이었지만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대부분의 품종을 심었다"며 "지금은 17개 품종을 재배하고 있으며, 다양한 블렌딩으로 와인에 테루아를 담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인이 너무 쉬우면 지루하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얻은 산도는 살아있는 생동감, 혹은 활기 그 자체다.
더 힐트는 산타 바바라 인근의 산타 리타 힐즈를 주목했다. 회백색의 규조토를 기반으로 해 아르망이 "달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할 만큼 독특한 토양이다. 바다를 향해 열린 북향 능선에 위치해 거센 해풍을 온몸으로 맞아 포도송이는 손바닥의 반도 안되게 작고, 포도알은 껍질이 두꺼워 고도로 농축된다.
산타 리타 힐즈는 아르망이 추구하는 샤도네이에 딱 맞는 환경이다. 현재 피노누아와 샤도네이의 재배 비중은 7대 3으로 당초 9대 1에서 샤도네이의 비중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더 힐트 샤도네이 2022'는 더 힐트가 추구하는 그 생동감, 에너지를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코에서는 아주 잘 익은 과실이 느껴지는데 입 안에서는 힘있는 산도와 미네랄이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더 힐트 피노 누아 2022'은 붉은 과실, 오렌지와 함께 풋고추의 향, 향긋한 홍차까지 느낄 수 있다. 입 안에서는 과즙을 머금은 듯 침이 고인다. 춥고 바람부는 땅에서 자란 피노 누아 답게 좋은 산도와 농축미가 균형을 잘 이뤘다.
호나타의 와인은 힘이 느껴지면서도 타닌은 매끄럽다. 모래 토양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호나타 플로르'는 소비뇽 블랑 85%에 세미용을 섞었다. 2022 빈티지는 이름(플로르)처럼 풍성한 꽃향기로 시작해 황도와 리치같은 과실향이 어우러진다. 혀가 쌉쌀하다 싶은 정도로 높은 산도에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호나타 엘 데사피오'는 알이 작고 응집력 있는 카버네 소비뇽을 길고 느리게 발효한다. 데사피오는 스페인어로 도전을 뜻한다. 스트리밍 이글이라는 최정상 컬트 와인의 신화는 뒤로하고 극한의 테루아에서 독창적인 와인을 만들어낸 호나타의 도전 정신을 상징한다. 2019 빈티지는 검붉은 과실에 부드러운 질감이 길게 이어지며, 역시 좋은 산도로 생동감이 살아 있다.
'호나타 토도스'는 시라 품종 절반 가량에 나머지는 카버네 소비뇽과 쁘띠 시라, 카버네 프랑 등을 섞었다. 토도스는 '모두'라는 뜻이다. 모두 호나타의 포도밭에서 자란 품종이다. 2020 빈티지는 코에서부터 철분 미네랄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힘이 있으면서도 우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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