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커지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용평가체계 개편과 금융의 사회적 역할 강화를 언급하면서다.
실제 은행의 역할은 이미 어느 정도 나뉘어 있었다.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 확대에 보다 적극적이었다. 인터넷은행들은 출범 초기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부여받고,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에 힘쏟았다.
반면 시중은행은 기업금융과 담보대출 중심으로 안정성을 유지해 왔다. 최근 경기 둔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속에서도 기업대출 공급 역할까지 요구받으면서 건전성과 정책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맞췄다. 결국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금융시장의 빈틈을 메워왔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책당국은 포용금융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건전성과 수익성 관리 압박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경기 상황에 따라 연체율과 충당금 부담이 빠르게 확대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에서는 "중금리대출 확대를 주문하면서도 연체율 상승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 속에서 현장은 혼란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저신용자 공급 확대를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건전성 지표 악화를 경계하는 정책 방향이 충돌하고 있다는 의미다.
신용평가체계 개편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 접근성을 넓히겠다는 방향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개인정보 규제와 책임 문제, 건전성 기준 등이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다. 단순히 '신용평가를 혁신하자'는 구호만으로는 현장의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업권에 역할을 더 요구하는 데 그쳐선 안된다는 점이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금융 접근성을 넓혀왔고, 각자 다른 위험을 감당해 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어느 은행이 더 '착한 역할'을 했는지를 가리는 일이 아니라, 위험과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다.
포용금융은 선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주문하는 것 만큼, 그에 따른 부담을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도 함께 따라와야 한다. 위험은 금융회사에 맡긴 채 정책 목표만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결국 현장도, 정책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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