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AI 투자 부담에 번호이동 마케팅 축소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장기 고객, 이른바 '집토끼' 잡기에 나섰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부담이 커진 데다 해킹 사고 이후 고객 유지 중요성이 부각되면서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가 장기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초청 행사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기준 가입 기간은 5~10년이다. 인터넷·IPTV를 결합했거나 자사 통신 회선을 꾸준히 사용한 이용자에게 참여 기회를 준다.
KT는 에버랜드에서 열리는 '초대드림'에 가족 고객을 초대하고, KT위즈 홈경기 관람권 응모 기회를 제공한다. SK텔레콤은 'T 장기고객 프로그램'을 통해 애버랜드 포레스트 캠프에서 숲캉스 데이를 연다. LG유플러스는 이달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에서 열리는 마라톤 행사 '레고런'을 개최한다.
지난해 단통법이 폐지되기 전에는 번호이동 경쟁이 치열했다. 통신사들은 경쟁사로부터 고객을 빼앗아오기 위해 과도한 비용(공시지원금)을 마케팅 비용에 들였다. 여기에 일부 대리점에 판매장려금을 지급해 '성지 마케팅'을 통한 할인 경쟁을 부추겼다. 이에 통신사의 마케팅 전략은 통신사를 변경하려는 고객을 확보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이같은 기조가 축소된 배경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에 있다. KT는 2030년까지 500㎿급 신규 데이터 센터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예상 비용은 최대 10조원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조원을 들여 AI 사내회사(CIC) 조직을 출범했다. B2C AI 에이닷과 울산 AI 데이터 센터(AIDC) 등 사업을 포함한다. LG유플러스도 연간 5000억대를 투자해 익시오와 파주 AIDC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SKT와 KT 해킹 사태 이후 이탈 고객을 방어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 1월 기준 LG유플러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19.6%로 2위 사업자인 KT(23.3%)와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SK텔레콤은 해킹 사태 이후 이후 40%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무선 결합상품 확대도 장기 고객 전략을 강화 배경으로 꼽는다. 인터넷·IPTV를 결합해 사용하는 가입자 증가에 따라 신규 가입자 유치보다 기존 고객 유지가 중요해졌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중 IPTV 점유율은 2021년 54.13%에서 2025년 59.11%로 약 9% 증가했다.
다만 장기 고객 혜택 가운데 데이터 쿠폰의 실효성이 낮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이동통신 시장이 사실상 데이터 무제한 중심의 정액제 구조로 재편되면서 추가 데이터 제공 혜택의 체감 가치가 과거보다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에 대한 지출 통제는 꾸준했지만 데이터 센터와 같은 수천 억대의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특히 지출을 자제하게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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