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하게 시작된 미·일 정상회담, 분위기를 바꾼 건 단 한마디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 앞에서 '진주만'을 꺼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은 시작부터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도착 직후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안으며 친밀감을 드러냈고, 양국 정상은 서로를 치켜세우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는 매우 훌륭하고 강력한 지도자"라고 평가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도널드만이 세계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의 핵심은 따로 있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을 두고 동맹국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어느 수준까지 참여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나토 국가들의 소극적인 태도에는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일본을 향해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하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문제의 발언은 회담 말미에 나왔다.
한 일본 기자가 "왜 동맹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습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습에 대해 누가 일본보다 더 잘 알겠는가. 왜 진주만 공습을 미리 말하지 않았나?"
순간 회담장에서는 웃음이 터졌지만, 이 발언이 주는 의미는 가볍지 않았다.
진주만 공습은 1941년 일본이 미국을 기습 공격해 24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사건으로,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촉발한 계기다. 미·일 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역사적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들은 해당 사건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데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동맹 관계를 고려한 외교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담 형식을 빌려 이 금기를 건드렸다.
다카이치 총리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보였고, 현장 분위기도 잠시 미묘하게 바뀌었다.
결국 이번 회담은 두 가지 장면이 교차했다.
겉으로는 웃음과 친밀함,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군사적 압박과 역사적 긴장이 동시에 존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는 단순한 농담이었을까.
아니면 동맹국을 향한 또 다른 메시지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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