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SKT)이 인공지능(AI) 경쟁의 핵심 축을 거대언어모델(LLM) 소프트웨어에서 '인프라'로 완전히 옮겨 잡았다.
정석근 SKT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26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LLM 성능 경쟁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를 만들기 어렵다는 냉정한 진단을 내놨다. 이제는 하드웨어와 데이터센터(DC)의 근본적인 변화를 묶어 대응하는 인프라 싸움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정 CTO가 인프라를 강조하는 이유는 결국 효율과 비용 때문이다. 최근 코딩 에이전트처럼 AI 활용이 실무 깊숙이 들어오면서 내부 처리 과정과 인프라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난 2~3년간은 소프트웨어 최적화로 버텼지만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정 CTO는 "엔비디아에 대응하는 칩들이 본격 상용화되고 있으며, 이를 담는 그릇인 데이터센터도 공냉식에서 수냉식으로 전환되는 등 지난 20년의 변화가 최근 3년에 압축되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점에서 SKT는 SK그룹의 수직 계열화된 역량을 최대 무기로 내세운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부터 SK에코플랜트의 에너지 설비, SK브로드밴드의 인프라 운영까지 묶어 발전소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연결된 최적화된 AI 데이터센터(AIDC)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CTO는 "SK그룹 자체가 AIDC를 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구조를 가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데이터센터 사업 모델 역시 단순한 '부동산 임대'를 넘어 컴퓨팅 자원을 직접 제공하는 '네오클라우드'로 진화하고 있다. 다만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SKT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임대와 GPU 클라우드 서비스(GPUaaS)를 적절히 섞는 전략을 검토 중이다.
그는 "10㎿ 규모의 AIDC를 짓는다고 하면 건물을 짓고 전기 설비를 넣는 데 대략 1500억~2000억원 정도가 투입된다"며 "여기에 들어가는 엔비디아 B200 GPU를 사서 넣으면 그게 대략 8000억원 가량 정도다. 컴퓨팅까지 다 넣으면 대략 1조원 정도 드는 것이고 그 중에 20% 정도가 건물값, 80%가 서버값이 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그 정도는 일개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투자가 아니다"라면서 "투입 비용과 파이낸싱, 고객 장기계약 여부 등을 전반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서비스 '에이닷'의 유료화와 모델 성능에 대해서는 철저히 실용주의적 관점을 유지했다. 정 CTO는 에이닷 유료화에 대해 "단순히 B2B냐 B2C냐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이 기꺼이 지갑을 열 만큼의 성능과 가치를 체감할 사례를 찾는 것이 올해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독파모)'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경쟁 모델들을 의식한 듯, 벤치마크 점수를 수능 성적에 비유하며 "시험을 잘 보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다르다"고 꼬집었다. 범용 모델에서 글로벌 빅테크를 100% 따라잡기는 어렵더라도,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95% 수준의 성능을 확실히 구현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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