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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일반

'신용 인플레' 지속…금융 비용 양극화

국민 44.7%는 신용평가점수 '900~1000점'…'신용 인플레' 심화
국민 42.4%는 800점 미만…양극화 속 은행 가계대출 문턱은 '924점'
중·저신용자. 이자비용 3배 달해…'차세대 평가 모델' 논의 활성화

국민 절반이 신용점수 900점 이상의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신용 인플레'가 지속하고 있다. 국민 전반의 신용점수가 상승하고 분별력도 약해지면서 청년·가정주부·자영업자·플랫폼 노동자 등 금융이력이 부족한 중·저신용자의 금융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기존 신용평가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대안신용평가'도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코리아크레딧뷰로의 2025년 하반기 검증 기준 신용평가점수 분포./KCB

◆'신용 인플레'…'신용점수' 양극화

 

2일 개인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기준 신용점수가 900~1000점에 해당하는 '고신용자'는 2247만명이다. 전체 신용평가대상 국민 5030만명의 44.7%에 해당한다. 직전 년도의 44.3%에서 0.4%포인트(p) 늘었다. 국내 성인 인구가 4300만명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성인 두명 중 한 명은 '고신용자'에 해당하는 셈이다.

 

국내 성인 인구의 과반이 신용점수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가운데, '신용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KCB는 840~899점을 '준(準)고신용자'로, 770~839점을 '중신용자'로, 그 이하는 '저신용자'로 구분한다. 작년 하반기 신용평가점수 800점 이하는 2122만명, 750점 이하는 1608만명이다. 국민의 42.4%는 중·저신용자로, 32%는 '저신용자'로 분류된 것.

 

신용점수는 대출·상환 이력, 부채수준, 신용거래기간, 신용거래형태 등을 활용해 매겨진다. 금융거래 이력이 없는 사회초년생의 신용점수는 600~700점 전후로, 신용점수 900점 이상의 '고신용자'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 년 간의 안정적인 금융거래 이력이 쌓여야 한다. 청년을 비롯해 가정주부,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금융 이력이 쌓이기 어려운 '신파일러(Thin filer)'들은 중·저신용자로 분류된다. 금융위는 이같은 '신파일러'가 12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뉴시스

◆ 중·저신용 이자비용 '3배'

 

국민 45%는 고신용자로, 32%는 저신용자로 구분되며 신용평가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금융비용 격차도 커졌다. 정부의 적극적인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중·저신용자가 비용 부담이 큰 제2금융권 대출로 밀려나고 있어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 가운데 15곳은 개인 신용대출 평가 시 KCB 신용평가 점수를 주요 지표로 활용한다. 작년 12월 한 달 동안 국내 은행이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의 신용점수 평균은 924점이다. '고신용자'에 해당하는 900점 이상 구간에서도 대출 승인을 확신할 수 없었던 셈이다. 같은 기간 신규 취급 대출 금리의 평균은 연 5.22%로 나타났다.

 

은행권이 고신용자에게도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중·저신용자의 금융수요는 제2금융권으로 밀려났다. 통상 저축은행 대출은 신용점수 600~650점, 신용카드대출(카드론)은 700점 이상부터 이용이 가능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34개 저축은행이 지난해 12월 신규 공급한 대출의 금리 평균은 연 15.14%다. 같은 기간 여신금융협회가 집계한 8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3.93%로 나타났다. 중·저신용자들은 금융 거래 이력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제1금융권 대출 대비 3배 가까이 비싼 이자를 지불하는 셈이다. 더군다나 제2금융권 대출 이용 시에는 신용점수 하락폭도 큰 만큼, 비용이 보다 저렴한 제1금융권 상품 이용은 더 어려워진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0일 개최한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에서 발언하고 있다./금융위원회

◆ '대안정보평가' 역부족

 

'신용 인플레'로 기존 신용 평가제도의 분별력이 약화되면서 신용평가업체와 금융권에선 공공요금·통신비 등 비금융정보를 수집 및 활용하는 '대안정보평가'의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단편적인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 KCB가 밝힌 '비금융·마이데이터'의 신용평가 반영 비중은 약 8% 수준에 불과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의 대안평가모델은 통신비·공과금 납부 이력 등에 한정됐는데, 해당 정보들은 단편적인 정보라 활용도가 제한된다"라면서 "기존 평가 기준을 대체할 만한 정보를 확보해야 하는데, 외부 기관에 정보를 요청해야 하는 만큼 일관된 기준에 맞춰 정보를 확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행 신용평가시스템의 전면적인 재검토에 돌입했다. 현행 제도를 '포용금융의 안전망'으로 재설계한다는 목표 하에 중·저신용자의 금융접근성을 개선한 '차세대 모델'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20일 주요 신용평가회사와 금융권이 참여하는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저신용자의 금융접근성 확대 ▲일상정보의 신용평가 활용 ▲대안신용평가모형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및 인센티브 마련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향후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연구용역을 통해 세부 과제를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포용금융의 시도들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신용평가 시스템의 개편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라면서 "한 두 번의 실수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민도 제도권 금융에 다시 안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청년·소상공인과 같은 우리의 미래도 세심하게 끌어안는 지속가능한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라고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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