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흥행·흑자전환으로 증명한 ‘위기관리형 CEO’
센터필드W·AI 공포탐욕시그널로 읽히는 손님 중심 전략
성과 이후의 시험대, 신뢰·내부통제 관리가 남은 과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자신을 "1호 영업사원"이라고 부른다. 명함 전면에 새긴 이 표현은 상징에 그치지 않는다. 강성묵 체제에서 하나증권이 선택한 전략과 서비스, 조직 개편의 공통분모는 모두 '손님'으로 수렴한다.
2023년 초 그가 하나증권 대표로 취임했을 당시 회사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대규모 충당금이 쌓였고, 실적은 적자로 돌아섰다. 강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기 실적 반등이 아니라 흔들린 체력과 신뢰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였다.
2년이 지난 지금 하나증권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발행어음·초고액자산가(WM)·AI 기반 디지털 서비스까지 새로운 축을 세웠다. 외형 확장보다 체질 전환에 방점을 찍은 선택이었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이제 다음 질문으로 옮겨간다. 강성묵 체제가 만들어낸 '안정'은 일시적 방어인가, 아니면 구조적 변화의 시작인가다.
◆ '영업통'의 귀환…위기 속에서 선택한 체질개선
강성묵 대표의 이력은 하나금융그룹 안에서도 독특하다. 상업은행에서 출발해 하나은행에서 영업과 지원 조직을 두루 거쳤고, 이후 하나UBS자산운용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했다. 은행·운용·대체투자·증권을 관통한 경력은 그를 확장형 CEO가 아닌 '구조형 CEO'로 규정짓는다.
취임 첫 해인 2023년 하나증권은 영업손실 3667억원, 순손실 2889억원을 기록했다. 강 대표는 이 시기를 두고 "무리한 성장은 결국 리스크로 돌아온다"며 방향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PF 비중을 줄이고, 자산관리(WM)와 전통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재정렬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전략의 상징적 결과물이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에 문을 연 초고액자산가 전담 센터 'THE 센터필드 W'다. 센터필드 W는 단순한 고급 점포가 아니다. WM, IB, 세일즈앤트레이딩(S&T) 역량을 한 공간에 집약해 초고액자산가의 투자·기업금융·리스크 관리 수요를 동시에 대응하는 구조다. 부문별로 흩어져 있던 기능을 하나의 팀으로 묶어 '자산관리의 해상도'를 높이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도입 역시 같은 맥락이다. 맞춤형 자산배분, 자산승계, 기업 경영, 세무·법률 자문까지 생애주기에 맞춘 컨설팅을 제공하며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는 구조다. 강 대표가 "손님과 함께 성장하며 금융의 가치를 높이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밝힌 메시지는 이 공간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구현됐다.
이 같은 체질개선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2024년은 하나증권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419억원, 순이익 223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해로 기록돼 있다.
◆ 발행어음 흥행…'생산적 금융' 시험대에 오르다
강성묵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는 결국 '연임'으로 귀결됐다. 하나금융그룹 내부에서도 이번 연임은 단순한 인사 관행이 아니라 성과에 기반한 선택으로 해석됐다.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강 대표에 대해 "사업 부문별 편중을 완화하고, 리스크 관리와 영업 기반을 동시에 강화해 회사의 체질을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금융 중심의 수익 구조를 자산관리와 전통 기업금융으로 재편한 점, 위기 국면에서 조직 안정과 실행력을 동시에 보여준 점이 연임의 배경으로 꼽힌다.
연임과 함께 강 대표의 역할도 확대됐다. 하나증권 대표직을 유지하는 동시에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사내이사로서 그룹 차원의 생산적 금융 전략과 비은행 강화 과제를 함께 짊어지게 됐다. 연임은 '위기 수습에 대한 보상'이자, 발행어음·WM·디지털 전략을 본격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출발선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강성묵 체제의 또 다른 분기점은 발행어음 사업이다. 하나증권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뒤 올해 1월 첫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했고, 일주일 만에 3000억원을 조기 완판했다. 후발 주자임에도 시장 기대를 웃도는 출발이었다.
강 대표는 발행어음을 단순한 조달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발행어음은 모험자본과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기반"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은행 중심의 자금 흐름을 자본시장으로 이동시키고, 조달 자금을 인수금융·기업대출·지분 투자 등 실물경제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하나금융그룹이 추진하는 비은행 강화 전략과 맞물린다.
다만 발행어음 흥행은 출발선에 불과하다. 하나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초대형 IB 기준을 웃돌지만, ROE 등 자본 효율성 지표는 여전히 업계 평균을 하회한다. 강 대표가 신년사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언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조달 능력을 증명한 CEO에서, 자본을 효율적으로 굴리는 CEO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손님 중심' 리더십…디지털에서도 같은 방향을 보다
강성묵 체제의 특징은 WM와 IB,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가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철학은 지난해 9월 선보인 '공포탐욕시그널'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공포탐욕시그널은 인공지능(AI)이 개별 종목과 업종의 투자 심리를 0~100점으로 수치화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종목·업종별 시장 투자심리를 ▲매우 공포 ▲공포 ▲관망 ▲탐욕 ▲매우 탐욕 등 5단계로 나눠 보여준다. 자체 AI 모델을 기반으로 개별 종목 공포지수를 개발한 사례는 하나증권이 처음이다.
이 서비스는 디지털사업단이 연초부터 기획해온 프로젝트로, '다른 회사에는 없는 것'을 만들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공포탐욕시그널의 차별점은 '해상도'다. 기존 공포탐욕지수가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면, 하나증권은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투자자에게 직관적으로 판단 기준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가와 거래량을 기반으로 가격 변동성, 모멘텀, 52주 주가 대비 이격도, 거래 강도 지수 등 6개 변수를 적용했고, 퀀트 기반 알고리즘과 AI 모델을 결합해 최적의 수식을 도출했다.
내부 백테스팅 결과도 공개됐다. 최근 5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공포 구간에서 매수하고 관망·탐욕 구간에서 매도하는 전략을 적용했을 때 평균 7%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이를 절대 수익률이 아닌 '판단 보조 도구'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강 대표가 반복해온 "고객과 현장을 핵심 가치로 삼겠다"는 메시지는, 센터필드 W 같은 오프라인 공간뿐 아니라 공포탐욕시그널 같은 디지털 서비스에서도 동일한 방향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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