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꼴찌 청렴도, 단순한 수치 아닌 ‘행정 마비’의 결과
- 감시받지 않는 권력이 낳은 ‘도덕적 파산’...환부 도려내야
전주시의회가 받아든 '청렴도 5등급'이라는 성적표는 단순히 '점수가 낮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시민의 대리인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자산이 바닥났음을 알리는 파산 선고였다. 본지가 5편에 걸쳐 파헤친 전주시의회 사무국 재무감사의 실체는 그 파산의 이유를 적나라하게 증명했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행정의 정직성'이 뿌리째 흔들렸다는 점이다. 담당 공무원이 본인의 과실로 발생한 단돈 10만 원의 연체료 책임을 피하려 이미 종결된 행정 기록을 무단으로 삭제하고 조작했다. 이는 행정의 범주를 넘어 형사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시민에겐 법과 원칙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기관이 정작 내부의 허물은 '삭제 버튼' 하나로 가리려 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절망한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전문 면허도 없는 업체와 4,500만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맺고, 이를 검증해야 할 일상감사 절차는 아예 건너뛰었다. 법인카드는 결제일로부터 최대 199일이 지나서야 장부를 맞췄고, 증빙 서류도 없는 휴가들이 무더기로 승인됐다. 시의회 사무국은 그들만의 '성역'으로 방치된 결과, 통제와 책임이 작동하지 않는 조직이었던 셈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들의 이중성이다. 뒤로는 장부를 조작하고 무자격 계약을 일삼으면서, 앞으로는 학생들을 불러 모아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가르치며 이를 '모범사례'라 홍보했다. 학생들이 본회의장에서 체험한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기성세대의 비겁한 위선이었을지도 모른다.
전주시의회는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단순히 '행정적 부주의'나 '일부 직원의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시스템이 무너진 곳에는 부패가 자란다. 내부 통제 장치인 '청백-e 시스템'조차 160건이 넘는 경고를 방치한 채 잠들어 있었던 것은, 의회 내부에 더 이상 자정 능력이 남아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제 공은 전주시의회로 넘어갔다. '주의'나 '시정'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 이번 사태를 덮으려 한다면 시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기록 조작 등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 당국의 엄중한 조사가 뒤따라야 하며, 무너진 행정 시스템을 뿌리부터 쇄신하는 고통스러운 결단이 필요하다.
전주시의회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장부를 조작하는 손'으로 시민의 혈세를 감시할 자격이 있는가. 진정한 청렴은 화려한 홍보 영상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작성되는 정직한 장부 한 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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