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위해 절임배추를 쿠팡으로 주문했다. 두박스를 주문했지만 예정된 날짜까지 배송이 안된다고 해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박스가 집으로 배달됐다. 업체의 잘못으로 한박스만 취소됐기 때문이다. 김장 당일 저녁 늦게 도착해 어차피 쓰지도 못할 배추여서 반송을 요청했다.
하루가, 이틀이 지나도 업체에서 가져갈 생각을 안했다. 다시 반송을 요청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답변이 왔다. 며칠 더 기다렸다.
"차라리 내가 버려줄까" 했더니 자기네들이 가져가겠단다. 그래서 또 기다렸다. 일주일째 절임배추는 집 문앞에서 그렇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안되겠다싶어 쿠팡 고객센터에 문자로 문의했다. AI인지도 모를 상담사가 배송업체와 해결하겠다고 하더니 또다시 감감무소식이다. 다시 문의했다. 또다른 AI인지 모를 상담사가 응대했다. 첫 상담사나 두번째 상담사 모두 기계적으로 '배송될때 얼음팩이 있었느냐', '얼음팩과 함께 (서늘하게)보관하고 있냐'는 질문만 늘어놨다.
이번엔 전화로 쿠팡에, 배송업체에 따졌다. 두 곳다 해결하겠다고 했다. 쿠팡은 자기들이 배송한 것이 아니니 해당 업체에 꼭 전달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다시 기다렸다. 9일째가 지났다. 여전히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쿠팡 고객센터에서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고객님이 자체적으로 처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자기들이 가져갈테니 기다려달라고 할땐 언제고….
화가나서 못버리겠다고 쿠팡에 다시 전화했다. 해당 배송업체와도 격앙된 목소리로 통화했다. 어느새 정(?)이 들었던 배추는 쿠팡, 배송업체와의 사투끝에 열흘만에 반송됐다.
쿠팡이 요즘 화두다. 발단은 3400만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탓이다. 물론 내 정보도 포함됐다.
개인정보가 털린 것도 화가 나는데 사태가 벌어진 이후 쿠팡의 대응은 더욱 가관이다.
쿠팡을 창업한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사태 한달이 지나서야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사정기관 등 공직에 있다가 또는 국회의원을 보좌하다 쿠팡으로 향했던 사람들이 셀 수 없는데도 회사의 위기대응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데 일단 놀랐다.
쿠팡이 고객들에게 보상한답시고 내놓은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도 뜯어보면 가관이다. 1인당 5만원 꼴이라고 하지만 고객들이 주로 쓰는 쿠팡 상품 이용에는 고작 5000원 밖에 사용할 수 없다. 쿠팡은 고객들을 우롱하고 국민들을 기만했다.
늑장대능, 안일한 대응으로 뿌리가 통째로 흔들렸던 기업들의 사례는 우리나라 기업사에서 얼마든지 있다.
쿠팡은 국내 1호 유니콘 기업이다. 가뜩이나 작은 내수시장서 혈투를 벌여 몸집만 커진 기업에 '유니콘' 칭호를 붙이는 것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특히 쿠팡을 이끌고 있는 김범석 의장은 벤처업계에서 성공 신화를 쓴 인물 중 한명이다. 잘 나갈땐 그랬다. 하지만 사람이나 기업이나 위기때 본래의 모습이 드러나는 법이다. 이제 쿠팡은 유니콘기업도, 벤처기업 타이틀도 아깝게 됐다.
머리와 마음, 기업가정신 없이 장사만 잘해 몸만 비대해진 기업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냉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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