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주관으로 6개 상임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모여 30일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침해 사태 등을 다루는 '연석 청문회'를 개최한 가운데,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의장이 불출석하고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는 "정부의 지시를 따르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며 '맹탕 청문회'로 전락한 모습을 보였다. 이틀간 진행되는 청문회에서 쿠팡의 만족할만한 수준의 태도 변화와 답변을 받지 못할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 등 정부의 압박과 여야가 함께하는 국정조사 등 국회의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과방위는 이날 오전부터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무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와 함께 연석 청문회를 열었다. 쿠팡 측에선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 박대준 전 대표이사, 브랫 매티스 쿠팡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민병기 대외협력총괄부사장, 이재걸 법무담당 부사장, 이영목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 등이 출석했다.
청문회 본 질의 시작 전부터 각 의원들의 쿠팡의 개인정보 3370만건 침해 사고와 정부와 합의되지 않은 자체 조사 결과 발표 등과 관련한 자료제출 요구가 이어지는 와중에 미국 국적의 로저스 임시 대표는 국회 측에서 제공한 동시통역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해 눈살을 찌푸렸다.
최 위원장은 지난 청문회에서 로저스 대표가 고용한 통역사의 통역을 문제삼으며 국회 측이 통역하는 음성이 들리는 동시통역기를 쓰라고 요구했지만, 로저스 대표는 이에 반발했다. 최 위원장의 거듭되는 요구에 로저스 대표는 동시통역기를 쓰며 갈등은 일단락 됐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청문회에서 "쿠팡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고 지금도 그렇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단일 기업의 시장점유율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 사업자 합산 점유율이 75% 이상일 경우 지정되나, 이를 충족하지 않더라도 공정위가 공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쿠팡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을 받게 되고 지위 남용 행위가 발생할 경우 제재의 수위는 높아진다.
정부 측은 쿠팡의 자체 조사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쿠팡 측이 유출범이 유출 데이터 약 3300만건 중 약 3000개의 계정 정보만 확인하고 나머지는 다 삭제했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동의할 수 없다. 3300만 건 의상의 이름과 이메일이 유출됐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청 그리고 합동조사단에서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로 배송 주소록, 주문 내역도 유출을 한 것으로 보고 있고 지금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고 부연했다. 로저스 대표는 "우리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서 조사를 한 것"이라며 "한 달 이상 협조했다"고 말했다.
쿠팡 측이 전날(29일) 발표한 5만원 상당의 쿠폰 보상안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피해자들에게 돈을 더 쓰게 만들고 있다. 보상이 아니라 피해 구제를 빙자해서 비인기 서비스를 홍보하고 탈팡(쿠팡 탈퇴)도 막으려는 기만적인 판촉 행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이런 정보가 유출돼 피해가 발생했을 때 법원도 그렇고 모든 사례에서 최소 10만원씩은 보상을 했다"며 "이렇게 판촉행사하는 식으로 5만원씩 생색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KT 같은 경우는 얼마전 단말기 교체 비용 15만원도 지원했고 5개월간 데이터 100GB(기가바이트) 무료 제공도 하고 통신 요금도 감면하는 등 적극적인 보상책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로저스 대표는 "저희 보상안은 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것은 전례가 없는 보상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쿠팡 차원의 새로운 보상안 제시나 추가 보상 의지는 없는 것을 확인시켰다.
쿠팡에 대한 신속한 국정조사를 요구한 국민의힘은 청문회엔 참석하지 않았지만, 국회 현안질의와 청문회를 통해서 쿠팡의 태도 변화가 관측되지 않는 만큼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할 가능성도 높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30일 논평을 내고 "국민의힘은 쿠팡의 책임 회피와 소비자 기만을 끝까지 추적하고, 국정조사와 입법을 포함한 모든 수단으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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