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국제대회에서 인사를 안 하고 다닌다더라."
지난해 가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이 발언은 배드민턴 팬들 사이에 큰 논란을 불러왔다.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 최정상 선수인 안세영이 대표팀과 협회의 운영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자, 전임 대한배드민턴협회 집행부는 제도 개선 논의 대신 선수의 태도를 문제 삼는 데 집중했다. 실질적인 문제 제기보다 '인사 예절'을 앞세운 대응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1년이 흐른 지금, 답은 코트 위에서 나왔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에서 금메달 3개를 휩쓸며 대회 42년 역사상 처음으로 3개 종목 동시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안세영은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르며 세계랭킹 1위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번 성과를 이끈 국가대표팀의 박주봉 감독은 귀국 후 인터뷰에서 "사실 3종목 우승까지는 기대하지 못했다"며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덧붙였다. "선수들이 편안하게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스폰서 문제도 선수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됐다. 그게 큰 동기가 됐다."
이는 곧 안세영의 작심 발언이 헛된 외침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안세영은 올림픽 금메달 이후 개인 스폰서 제한과 낡은 대표팀 운영 구조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당시 전임 집행부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고, '인사를 안 한다'는 식의 발언으로 논점을 흐렸다. 결과적으로 제도 개선 요구를 태도 문제로 치환한 셈이다.
변화는 지도부 교체 이후 시작됐다. 올해 김동문 회장이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개인 스폰서가 공식 허용됐고, 안세영을 비롯한 대표급 선수들은 정당한 보상과 후원을 받으며 경기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했다.
'인사를 안 한다'는 말로 벼랑 끝에 몰렸던 선수가 1년 뒤 세계 정상에서 금메달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한국 배드민턴은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박주봉 감독의 말처럼, 선수의 태도를 문제 삼기보다 환경을 바꾸자 결과가 달라졌다. 안세영의 금메달은 개인의 승리를 넘어, 한국 배드민턴이 낡은 시선을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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