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의 신원 확인을 위해 신분증 인증과 안면 인증을 진행해 주세요."
23일부터 휴대전화를 개통하려는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패스 앱에서 이 같은 문구를 마주하게 된다. 정부가 휴대전화 개통 과정에서 안면 인증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이날부터 시범 실시하면서다. 대포폰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등 통신 범죄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지만, 비가역적인 생체 정보 수집에 대한 불안과 현장 혼란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이동통신 3사와 43개 알뜰폰 사업자는 휴대전화 신규 개통 시 대면·비대면 여부와 관계없이 가입자의 얼굴 사진을 촬영해 본인 인증을 진행해야 한다. 기존에는 신분증 확인만으로 가능했지만, 패스 앱을 활용한 안면 인증 절차가 추가됐다. 정부는 신분증 도용이나 위조를 통한 대포폰 개통이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3월 23일부터는 모든 휴대전화 개통에 안면 인증을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생체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은 2019년부터 유사한 제도를 시행했지만, 얼굴 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가 불법 유통되고 통신 사기 역시 줄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적 취약 계층이 자신의 얼굴 정보로 개통한 전화번호를 판매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얼굴 정보가 저장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패스 앱을 통해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의 일치 여부만 확인하고, 결과값만 저장할 뿐 촬영된 생체 정보는 휴대전화나 시스템에 남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서울의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는 안면 인증 의무화를 둘러싸고 점원과 고객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휴대전화를 교체하러 방문한 30대 고객은 얼굴 정보는 유출 시 되돌릴 수 없는 정보라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현장에서는 절차 복잡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통신사 대리점 직원들은 고령자의 경우 신분증 사진과 현재 얼굴이 크게 달라 인증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고, 화상 환자나 안면 장애가 있는 이용자들은 인증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안면 인증 의무화는 민감한 신체 정보를 사실상 강제 수집하는 방식"이라며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제기했다. 반면 정부는 금융·공항 등에서 이미 활용 중인 기술이라며 과도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대포폰 근절이라는 정책 목표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안면 인증 의무화가 실효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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