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올 3월 1456.95원으로 최고점이던 평균환율(매매기준율)은 정국안정과 함께 하락해 6월엔 1366.95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점차 상승하기 시작해 11월 말 기준 평균환율은 1457.77원으로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에서 평균환율이 1457원을 넘어선 경우가 이번을 포함해서 세 번이 있었다. 하나는 IMF 외환위기 시기로 1997년 11월부터 1998년 3월 기간에 나타났고, 1998년 1월에는 달러당 1706.8원으로 최고치를 보였다. 다른 하나는 2008년 9월에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2009년 3월 평균환율이 1461.98원을 나타냈다. 그러면, 현재 고공행진 중인 환율은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향후 고착될 것일까? 이에 대한 진단은 실효성이 있는 환율대책을 마련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새 정부 이후 지난 3분기 경제성적표를 보자. 경기는 건설업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고, 소비가 일부 증가하고, 내수부진이 완화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0.2%, 2분기 0.7%에서 3분기엔 전기대비 1.3%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자본시장 성적표로 코스피지수를 보자. 연초 2398.94였고, 6월 말 3071.70이던 지수는 11월 말엔 3926.59로 한국 자본시장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경제성장률과 주가지수는 엇박자 상태의 고환율추세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러면, 새 정부 이후 원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는 주장들을 살펴보자. 먼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증가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11월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2025년 3분기 해외증권투자액은 전분기 대비 890억 달러가 증가했지만,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액 역시 885억 달러나 증가했다. 또한, 전분기 대비 국내의 해외직접투자가 70억 달러 늘어난 반면, 해외의 국내투자는 37억 달러가 오히려 감소했다. 여기서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와 외국인 국내증권투자를 서로 상계한 순대외 증권투자는 5억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의 해외직접투자와 해외의 국내직접투자를 상계한 순대외 직접투자는 107억 달러이다. 이는 국내 해외증권투자가 고환율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좀 낮고, 국내의 해외직접투자 증가와 해외의 국내 직접투자의 축소에 기인하는 정도가 더 큼을 말해준다. 여기서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 감소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한미관세협정 이행에 따른 외환시장의 선 반영결과에 대한 지적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10월 14일에 한국이 3500달러의 대미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자동차 등의 관세인하에 합의했다. 우리의 외환시장의 규모를 고려해 3500억 달러 중 2000억 달러에 대해서는 10년간 매년 200억 달러씩 현금투자를 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MASGA에 투자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불가피했지만, 우리는 유럽식의 관세인하방식보다는 일본식의 대미투자방식을 따랐다. 현재의 고환율은 아마 향후 우리 경제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란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왜냐면, 우리는 일본과 달리 기축통화 국가가 아닐 뿐만 아니라 또한 2024년 기준으로 우리보다 2.15배 경제 규모가 큰 일본방식을 따른 협상이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준인지에 대한 이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우리의 낮은 생산성과 잠재성장률, 그리고 국가채무 비중의 확대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저부가가치 산업구조에 기인해 생산성이 낮고, 저출산 및 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전개될 '피크코리아' 우려다. 또한, 국회예산정책처의 중기전망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정부부채(D1기준)는 전년대비 10.9% 증가한 1303.6조원으로 국가채무비중이 49.4%이지만, 2026년엔 51.4%로 증가한다. 이 수치는 그간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50%가 깨지는 심리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원화 약세 추세에는 일시적인 부분과 장기적인 부문이 섞여 있지만, 고환율이 지속이 될 개연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의 대처로는 결국 한국경제의 체력향상과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일이다. 혁신성장을 통해 성장성을 높이고, 규제 완화를 통한 기술혁신 등으로 우리 경제의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화되는 고환율에 의해 나타날 서민경제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물가 및 금리안정과 같은 이식위천(以食爲天)의 정책병행도 빼놓을 수 없다.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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