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대출채권 평상시부터 사전수취
대규모 유동성 공급 기반을 마련
한국은행이 은행이 보유한 기업대출을 담보로 위기 시 유동성을 공급하는 새로운 긴급여신 제도를 도입한다. 모바일·SNS 확산으로 단기간 대규모 예금 인출이 가능한 '디지털 뱅크런' 위험에 대비해, 은행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출채권을 중앙은행 담보로 미리 확보해 두겠다는 취지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긴급여신에 관한 규정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2일부터 금융기관(은행) 대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긴급여신 지원체계를 시행한다.
이번 조치는 한은법 제65조(긴급여신)에 근거해, 기존 시장성증권 담보 상시대출제도(자금조정대출)에 더해 필요 시 추가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별도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한은은 "금융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으로 급격한 유동성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중앙은행 대출제도의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경우 SNS를 통한 불안 확산으로 이틀 만에 예금의 85%가 인출됐고, 영국법인에서도 하루 만에 30%가 빠져나간 바 있다. 국내 은행의 자산 구조를 보면 총자산 중 대출채권 비중이 69.8%로 시장성증권(18.6%)보다 월등히 높은 만큼, 위기 시 대출채권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충분한 유동성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번 제도의 특징은 금융기관의 대출채권을 평상시부터 사전수취해 두는 것이다. 한은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채권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출받아 적격요건 심사, 담보인정가액 산정 등 담보 활용 절차를 미리 상당 부분 완료해 둔다. 이후 금융시장의 자금조달·운용 불균형이나 전산장애 등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해당 대출채권을 담보로 긴급여신을 집행한다. 대출 대상기관·한도·금리·기간 등 구체적인 조건도 그때그때 금통위가 정한다.
담보로 인정하는 대출채권의 범위는 우량 기업대출로 한정했다. 법인기업 대상 부동산담보대출(주택담보대출 제외)과 신용대출 가운데 차주 신용등급이 BBB- 이상이거나 예상부도확률이 1.0% 이내인 대출에 한해 담보로 활용한다. 금융회사·대주주·계열사 등 특수관계자에 대한 대출채권은 인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신용위험이 낮은 선순위 대출만 대상에 포함해 상호연계 위험과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이번 긴급여신 지원체계가 ▲디지털 전환으로 확대된 유동성리스크에 대응하는 대규모 유동성 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은행의 비상 자금조달 수단을 확충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개선에도 도움을 주며 ▲위기 시 증권 투매 없이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 금융시장 불안 확산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은은 연말까지 IT시스템 테스트 등 사전 준비를 마친 뒤 대출채권 관리방안의 정교화와 모의훈련을 지속해 대출채권 담보 긴급여신 운용체계를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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