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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재들이 떠나는 韓 자본시장

한국의 자본시장이 필요로 하는 건 '사람(人)'이다. 시장을 활성화시킬 투자자도 중요하지만 주식시장을 받쳐 줄 인재도 절실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자신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받아야 될 위치에 있는 형편없는 기관장"이라고 칭했다. 시간외수당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미지급으로 고발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 된다는 것이다. 권력 기관으로 비쳐지는 금융감독원 내에는 소위 '열정 페이'(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를 받고 야근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 조직의 현실을 두고 "겉만 번지르하지 속은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금감원은 시장임금 대비 보수 수준이 70% 아래도 떨어지면서 이제는 6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단순히 금감원 인력의 급여 체계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인재가 유입될 수 있는 조직 매력도가 무너지고 있다는 호소다.

 

자본시장의 인재 유출은 금감원만의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운용역의 워라밸은 민간 운용역 대비 보수, 복지, 조직 구조 등에서 모두 메리트가 부족하다"며 "일하기 힘든 구조인 만큼 운용역 이탈도 쉽게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기금 운용 수익률은 약 15%로 역대 최대의 성과를 얻었지만, 운용력들은 더 잘해야 하는 부담만 남아 있다. 국민연금이 당장 성과를 냈다고 해서 기금 고갈이 우려되는 사회 분위기가 반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금 규모도 이제 1400조원에 달하는 만큼 운용역 강화는 필수적이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인력의 '엑소더스(대탈출)' 막고자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 전방위적 대책을 추진 중이다.

 

민간 금융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증시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주고 있지만 자산운용업계는 인력난을 겪고 있다. 올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250조원까지 불어났지만, 투자자들의 파트너인 운용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ETF의 독식 구조가 액티브 펀드의 활성화를 위축시켰고, 운용역이 역량을 발휘할 구간이 줄어들었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니즈를 끌어온 것은 분명 잘한 일이다. 시장의 성장과 함께 운용 인력에 요구되는 스킬셋이 바뀌고 있을 뿐이고, 이제는 시장 구조 역시 그 변화에 맞춰 재정비돼야 한다.

 

아무리 큰 배라도 키를 잡아 줄 사람이 없다면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인재의 성장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한국 자본시장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 조건 중 하나다. '사람이 버티는 시장'에서 '사람이 성장하는 시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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