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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안상미의 와이 와인]<302>양과 부엉이가 키운 포도로…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302>미국 나파밸리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안상미 기자

"노 매직(No Magic)."

 

와인메이커는 마법사가 아니다. 그저그런 포도로 좋을 와인을 만들어낼 비법은 없다. 좋은 와인을 만드는데 있어 모든 것은 포도에서 시작된다.

 

이 땅에서 난 와인이 여러 세대를 이어주는 가교가 됐다면 우리의 역할은 포도밭 역시 여러 세대를 거쳐 이어져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일 터. 그 유명한 '파리의 심판'으로 나파밸리 부흥을 이끌었고, 이젠 재생농법으로 지속가능한 세상을 꿈꾸는 와이너리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이하 그르기치 힐스)'다.

 

그르기치 힐스 에스테이트의 수출매니저 마야 제라마즈(Maja Jeramaz)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그르기치 힐스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안상미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그르기치 힐스에서 수출매니저를 맡고 있는 마야 제라마즈(Maja Jeramaz)(사진)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기농법을 넘어 20년째 재생농법을 고수하고 있다"며 "포도밭 관리에 있어 인위적인 계획을 배제하고 가능한 자연적인 방식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르기치 힐스는 '파리의 심판'에서 화이트 1위를 차지한 와인의 양조자 마이크 그르기치와 사업가 오스틴 힐스가 세운 와이너리다. 그르기치 가문이 와인 양조와 와이너리 경영을, 힐스 가문이 자본 투자를 맡았다. 50대 50의 지분 구조는 여전히 유지 중이며, 마이크 타계 이후엔 그의 딸인 바이올렛 그르기치가 경영을, 조카 이보 제라마즈가 양조를 담당한다. 마야는 3세대로 이보의 딸이다.

 

마야는 "인위적으로 땅을 개간하지 않고, 2월이면 양을 빌려와 포도나무 사이사이에 자란 커버 크롭(Cover Crop)을 먹게 하는 방식으로 관리한다"며 "부엉이가 해충을 잡아먹고, 다양한 식물과 동물이 포도나무와 공존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소비뇽 블랑,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샤도네이,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로제,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멀롯,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카버네 소비뇽,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욘트빌 올드 바인 카버네 소비뇽. /안상미 기자

기후로 보면 나파밸리는 흥미로운 곳이다. 샌프란시스코 해안에서 바람이 불어와 남쪽이 시원서늘하고, 북쪽의 기온이 더 높다.

 

그래서 그르기치 힐스를 알아가는 여정은 남쪽부터 출발한다. 소비뇽 블랑과 샤도네이는 남부에 위치해 서늘한 카르네로스와 아메리칸 캐년에서 재배한 포도를 쓴다.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소비뇽 블랑' 2022는 신선하면서 오크 뉘앙스가 은은하다. 필요이상의 날카로움 없이 긴 여운으로 10년 안팎의 장기숙성도 가능하다.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샤도네이'는 그르기치 힐스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와인이다. 나파밸리 샤도네이라고 하면 두툼한 오크 풍미를 연상하기 쉽지만 그르기치 힐스는 좋은 산도로 신선함을 잘 지켰다. 미국보단 유럽 스타일이다. 2022 빈티지는 섬세한 꽃향기에 잘 익은 과실, 생동감 있는 산도로 여운이 길게 남는다. 지금도 좋지만 산도가 워낙 좋아 10~15년 추가 숙성도 가능하다.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로제'는 2016년부터 만들었다. 여타 로제와 달리 소비뇽의 비중이 가장 높고, 진판델과 소비뇽 블랑도 블렌딩 했다. 일반적으로 나파 밸리 카버네 소비뇽이 비싼 가격에 잘 팔리다보니 로제에 많이 안쓴다.

 

마야는 "고품질의 로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카버네 소비뇽의 비중이 높아졌다"며 "프랑스 로제 와인과 결이 같아 생산량은 많지 않지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카버네 소비뇽'은 카버네 소비뇽에 멀롯, 쁘띠 베르도, 카버네 프랑을 섞은 전형적인 보르도 블렌딩으로 만들었다. 2020은 잘 익은 과실향과 함께 은은한 꽃향기가 어우러진다. 부드러운 타닌을 좋은 산도가 받쳐주고, 여운은 길게 남는다.

 

산불로 난리가 났던 2020 빈티지에 대한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 그르기치 힐스의 포도는 정밀 검사까지 거쳤지만 영향이 전혀 없었다. 포도껍질이 건강하고 두꺼워 연기가 침투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욘트빌 올드 바인 카버네 소비뇽' 2019는 1959년에 식재된 올드 바인으로 양조했다. 나파 밸리에서 손꼽히는 산지인 욘트빌에서는 가장 오래된 카버네 소비뇽, 나파밸리 전체로도 두 번째로 오래됐다. 지난 2023년 설립자 마이크의 100세 생일을 기념한 와인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지혜로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포도도 더 집중력 있고, 힘이 있어진다. 타닌은 부드럽고, 농축미와 복합미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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