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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종이빨대, 소비자는 불편·기업은 파산

솔직히 말해서 기자인 나도 종이빨대가 싫다. 음료를 마실 때마다 눅눅하게 흐물거리고, 몇 번 빨다 보면 빨대가 찢어진다. 음료는 한참 남았는데, 빨대는 이미 수명을 다 한듯 종이 냄새와 뒤섞인 음료를 마시는 것 같아 불편하다. 많은 소비자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국회 국정감사장에서의 종이빨대 업계 사람들의 표정은 불편함보다 절박함에 가까웠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길'이라 불렸다. 종이빨대 업체들은 그 길을 믿고 따라나섰지만 도착한 곳은 '파산 위기'였다.

 

지난달 2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종이빨대 제조업체 리앤비의 최광현 대표는 "정부가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규제한다고 해서 당연히 종이빨대 수요가 늘어날 줄 알았다. 그래서 설비를 늘리고, 인력을 충원했는데 정책이 중단되면서 모든 게 부채로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그의 말처럼 정부가 추진하던 일회용컵 보증금제와 탈플라스틱 정책은 지난해부터 잇따라 축소·폐지됐다. 정책을 믿고 투자한 업체들만 남았다. 최 대표는 "정부 정책 철회로 직원이 40명에서 10명 이하로 줄었고,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며 "정부를 믿은 죄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종이빨대 제조업체는 한때 17곳이었지만, 지금은 6곳만 남았다. 나머지는 폐업하거나 사실상 가동 중단 상태다. '집을 팔아 버티는 업체도 있다'는 말이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정책 변경이 시장에 미친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며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정부는 말하지만, 이미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되돌리기엔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한때 '탈플라스틱'을 외치며 기업들에게 친환경 전환을 독려했다. 하지만 일회용컵 보증금제와 종이빨대 정책이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자 슬그머니 철회했다. 소비자 불만을 의식한 결과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종이빨대의 불편함이 '진짜 문제'일 수 있다. 제품 완성도는 아직 낮고, 가격은 비싸다. 기술 개발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기술개발은 시장이 지속 가능해야 가능하다. 정책이 바뀌고 수요가 끊기면, 누가 돈과 시간을 들여 개선하겠는가.

 

친환경의 진정성은 구호가 아니다. 소비자의 체감, 기업의 지속성, 정부의 일관성이 함께 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지금의 종이빨대는 불편하고 미완성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도 미완성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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