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가져가도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는 '콜키지 프리' 식당의 유일한 단점은 잔이다. 돈을 안내면 서비스도 없다. 막잔을 줘도 불평할 수 없다. 식당에 술을 가져가 마시는게 보편적인 중국은 고급 식당이 아닌 이상 백주를 가져가도 물잔, 와인을 가져가도 물잔이 기본이다. 투박한 물잔엔 맥주도 맛이 없는데 하물며 와인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한국에 오니 와인잔을 내주긴 하는데 안깨지게 두툼한 잔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잔에 마시는지에 따라 와인의 맛이 진짜 달라질까.
일단 심미적인 부분에서는 와인잔의 압승이다. 잔은 투명하고, 선은 유려하고, 지탱하는 다리는 가늘고 길다.
슈피겔라우 장 밥티스트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은 "한 잔의 와인을 즐기는데 있어서는 심미적 만족이 있어야 한다"며 "무겁고 투박한 잔이라면 멋들어진 경험을 할 것이란 기대를 주지 못하지만 멋진 와인잔은 그런 감정을 먼저 느끼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슈피겔라우는 독일의 와인글라스 브랜드다. 같은 회사 내에 브랜드 리델이 프리미엄 라인이라면 슈피겔라우는 자동화 생산으로 뛰어난 기능성과 가성비를 가진 라인이다.
십여년 전만 해도 와인잔은 소위 '호레카(호텔·레스토랑·카페)'에서만 썼지만 지금은 집에서도 다들 와인잔에 와인을 마신다. 가성비의 슈피겔라우가 크게 각광을 받은 이유다.
밥티스트 부사장은 "와인잔 산업은 늘 변화를 거듭해왔다. 기술과 혁신에 따른 것이기도 했고, 양조 기술 발달과도 궤를 같이 했지만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도 영향을 미치며 발전해왔다. 팬데믹 이후 최근 몇 년 간 가장 큰 변화라면 업장보다 최종 소비자들이 와인잔을 많이 찾는다는 점으로 작년에 출시한 데피니션과 이번 하이-라이트 라인 모두 그런 흐름속에서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 본격적인 비교 실험이다. 잔은 야외에서 자주 쓰는 플라스틱 투명컵과 하이-라이트 유니버셜, 하이-라이트 보르도, 하이-라이트 버건디다. 매번 90도 가까이 기울여 와인을 잔에 도포해 향과 맛의 차이를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첫 번째 비교는 와인잔 대 플라스틱 컵이다. 와인은 화이트인 '앙리 부르주아 상세르 블랑', 잔은 하이-라이트 유니버셜이다.
이번에도 와인잔이 코에서나 입에서나 압도적이다. 재질인 크리스탈과 플라스틱의 차이가 아니라 모양 때문이다.
튤립같은 와인잔은 향을 모아 아로마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컵은 와인을 내벽에 모두 도포해도 뻗어나가는 일자 각도라 향을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와인이 입 안에서 어느 부분에 떨어지는지도 중요하다. 혀 끝은 단맛, 중간은 신맛과 짠맛, 가장 안 쪽은 쓴맛을 주로 느낀다.
기다란 와인잔으로 마시려면 자연스레 고개를 들게되고 와인은 혀의 앞 부분에 떨어진다. 산미가 충분한 소비뇽 블랑 와인이 단맛을 먼저 감지하는 곳에 떨어지니 균형이 맞춰진다. 반면 컵은 혀 중간 부분에 바로 와인이 들이닥치니 같은 와인이라도 신맛이 강하고 과실미가 덜 느껴졌다.
그럼 같은 와인잔이라도 쓰임새나 모양에 따라 맛이 달라질까.
'부샤 빼레 에 피스 본 뒤 샤또 1등급'을 3개의 와인잔에 모두 따른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피노누아 품종 와인으로 붉은 과실 풍미에 우아한 레드와인이다.
결과부터 말하면 와인잔에 따라 맛과 향이 달랐다.
베스트는 섬세한 아로마의 레드 와인을 위해 만들어진 하이-라이트 버건디다. 넓은 볼의 충분한 공간이 피노누아의 미묘한 뉘앙스 잘 느낄 수 있도록 했고, 역시 와인이 혀 앞부분에 떨어지면서 타닌은 조밀하게 느껴지고 둥글고 긴 여운이 남았다.
다음은 같은 레드 와인이니 하이-라이트 보르도가 괜찮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화이트 와인을 위한 잔으로 여겼던 하이-라이트 유니버셜이다. 버건디보다는 좁은 볼로 아로마는 다소 밋밋했지만 입 안에서는 피노누아의 매력이 충분히 발현됐다.
반면 하이-라이트 보르도는 과실미는 약해졌고, 드라이하고 쌉쌀한 맛이 더 느껴졌다. 와인잔이 좀 더 직선으로 뻗어있다보니 쓴 맛을 느끼는 혀 뒷부분이 역할을 하면서다.
이 정도면 와인잔은 과학으로 인정이다.
밥티스트 부사장은 "현실적으로 집에서 유용하게 쓸 한 가지만 고르라면 유니버셜 글라스지만 보다 와인을 잘 즐기고자 하면 와인 종류에 따른 적정한 와인을 구비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와인잔은 식기세척기에서도 사용할 만큼 내구성이 좋아졌지만 잘 관리하면 더 오래 쓸 수 있다. 와인잔을 닦을 때 양쪽 끝을 잡으면 와인볼과 다리를 잇는 중간 부분이 뚝 끊어지기 쉽다. 너무 차가운 와인을 데울 때처럼 손가락 사이에 다리를 끼우고 닦으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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