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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안상미의 와이 와인]<288>신세계와 구세계의 매력이 한 병에…레꼴 넘버 41

<288>美 워싱턴 와인②

 

안상미 기자.

신세계 와인의 매력이라면 잘 익은 과실미다. 해마다 기복없이 좋은 햇살을 담뿍 받아 착착 쌓인 풍미는 신세계 와인을 단숨에 세계 무대로 끌어올렸다.

 

그래도 결국 다시 구세계 와인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것은 신세계가 따라올 수 없는 구조감과 신선함, 복합미다.

 

미국 워싱턴 와이너리 레꼴 넘버 41의 라이언 페닝턴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워싱턴 와인 산지와 레꼴 넘버 41의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상미 기자

이런 신세계와 구세계 와인의 매력이 한 병에 들어있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국 워싱턴 와이너리 레꼴 넘버 41의 라이언 페닝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워싱턴 콜롬비아 밸리는 낮에는 기온이 40도까지 올라 포도가 완숙되면서도 밤에는 7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온도차로 신선하고 좋은 산도를 지닌다"며 "레꼴 넘버 41은 워싱턴에서도 신세계와 구세계의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잘 찾은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레꼴은 프랑스어로 학교를 말한다.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했던 1900년대 당시 워싱턴에도 프렌치 타운이 형성됐고, 41번지에 위치한 학교 건물을 와이너리가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서 레꼴 넘버41이라고 부르게됐다.

 

레꼴은 1983년에 설립됐다. 유럽 기준으로 보면 역사가 길지 않지만 레꼴이 위치한 왈라왈라 밸리에서는 3번째로, 워싱턴 전체로도 20번째로 생겼으니 와이너리로는 터줏대감이다. 가족경영 와이너리로 지금은 3대가 운영을 하고 있다.

 

레꼴은 와인을 양조하면서 전통방식을 추구한다. 손수확을 하고, 여과를 위한 필터도 사용하지 않는다.

 

라이언은 "레꼴의 와인은 중력만을 이용해 가라앉은 효모 앙금을 분리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만약 필터를 사용해 효모 앙금을 모두 걸러낸다면 와인의 아로마나 풍미가 부족해진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레꼴 넘버 41 콜럼비아 밸리 세미용 2019, 레꼴 넘버 41 콜럼비아 밸리 샤도네이 2023, 레꼴 넘버 41 콜럼비아 밸리 시라 2021, 레꼴 넘버 41 레퍼 브릿지 빈야드 애퍼지 2020, 레꼴 넘버 41 콜럼비아 밸리 카버네 소비뇽 2020. /안상미 기자

'레꼴 넘버 41 콜럼비아 밸리 세미용 2019'는 세미용을 주로 쓰고, 소비뇽 블랑을 10%로 안팎으로 섞었다. 와인 애호가들이라면 느낌이 올 터. 프랑스 보르도 지역은 반대다. 소비뇽 블랑을 주품종으로 하고 세미용을 살짝 섞는다. 세미용이 보통 산도가 낮고 두텁게 느껴져서 비중을 높이기가 어렵지만 워싱턴에서는 큰 일교차로 자체 산도가 높다보니 소비뇽 블랑의 도움없이도 제 역할을 다 해낼 수 있다. 꿀과 감귤류에 미네랄 등 복합미가 좋으며, 좋은 산도로 10년 이상도 숙성도 가능하다.

 

'레꼴 넘버 41 콜럼비아 밸리 시라 2021'는 신세계보다는 구세계 론 스타일의 우아한 시라다. 이를 위한 레꼴만의 비법이 따로 있다. 줄기를 제거하지 않고 포도송이째 넣어 만드는 홀번치 발효다. 그런데 홀번치를 많이 하는 부르고뉴와도 방식이 다르다.

 

라이언은 "시라는 줄기가 쓴 맛이 강해 신선함 주겠다고 홀번치 발효를 하다보면 쓴 맛이 과실 풍미를 다 뒤덮을 수 있다"며 "일단 포도알만 분리해 양조를 하면서 어느 정도의 줄기 성분이 필요한 지를 분석해 선별적으로 소량의 줄기를 섞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만든 시라는 민트 뉘앙스와 함께 입안을 가득 채우는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며 "한국 음식으로는 달콤 짭짤한 양념 갈비와 잘 어울릴 것"이라고 추천했다.

 

나파밸리라고 하면 카버네 소비뇽이 떠오르듯 사실 워싱턴 하면 멀롯이다. 멀롯은 빨리 익는다.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산도가 확 꺾이고 밋밋하게 퍼져버리기 십상이다. 워싱턴은 일조량이 풍부해 멀롯이 잘 익지만 서늘한 밤 사이 풍미만 농축하고 퍼지지 않는다.

 

레꼴 역시 멀롯이 대표작 중 하나로 설립 초기부터 만들어왔다. '레꼴 넘버 41 콜럼비아 밸리 카버네 멀롯 2020'은 달콤한 검은 과실미와 가죽과 담배향까지 복합적이다. 입안에서는 매끈한 타닌이 느껴지지만 구조감도 탄탄하다.

 

'레꼴 넘버 41 레퍼 브릿지 빈야드 애퍼지 2020'는 카버네 소비뇽 56%에 멀롯과 말벡, 카버네 프랑 등을 섞어 만들었다. 페퍼 브릿지 빈야드는 왈라왈라 밸리는 물론 워싱턴 전역에서도 가장 좋은 포도밭 중 하나로 꼽힌다. 레꼴 넘버 41의 포도밭 가운데 가장 서늘해 수확 시기도 제일 늦다. 포도품종 별로 각각 양조를 끝낸 다음에 와인메이커가 블렌딩 비율을 결정한다. 향신료와 함께 검은 과실, 담배, 가죽 등의 풍미에 부드러운 초콜릿같이 여운이 길게 남는다. 애퍼지란 달의 궤도 상에서 지구에서 가장 먼 지점 또는 정점을 뜻한다. 최고의 품질을 가진 와인을 만들려는 레꼴 넘버 41의 노력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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