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반항', '덤' 쓴 원로시인 김광림 별세…향년 95세
한국시 국제화 위해 힘써
"나이 예순이면/살 만큼은 살았다 아니다/살아야 할 만큼은 살았다/이보다 덜 살면 요절이고/더 살면 덤이 된다/이제부터 나는 덤으로 산다(중략)"
1989년 회갑을 맞으며 "이제부터 덤으로 산다"고 말한 시인 김광림씨가 덤 인생 삼오해인 올해 9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고인은 1929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2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충남(忠男)이다. 원산공립중학을 거쳐 평양종합대 역사문학부 외국문학과에 입학했다.
1948년 12월 한탄강을 거쳐 단신으로 월남했다. 그해 안양에서 '청포도' 동인과 어울리다가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권유로 구상 시인을 만난 것이 인연이 돼 '문풍지'라는 시를 처음 발표했다.
경기 여주군 북내초등학교 교사로 있던 중 6·25전쟁을 만나 육군 소위로 참전한 고인은 1959년 첫 시집 '상심하는 접목'을 펴냈다. 1961년에는 김종삼, 김요섭 시인 등과 함께 문예지 '현대시'의 창간 동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고인은 문화공보부, KBS, 한국외환은행 등에 잠시 재직한 뒤 장안대 교수로 봉직하다 1996년 퇴직했다. 1992~1994년에는 제28대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시인은 서구 모더니즘의 바탕에서 이미지를 통한 명징한 시 세계를 추구한 시인으로 꼽힌다. 정지용, 김기림에서 시작해 김광섭, 박남수 등을 거치며 형성된 한국시의 주지주의적 흐름을 잇는 모더니스트 시인으로 평가된다.
1959년 '사상계'에 발표한 시 '꽃의 반항'은 전후(戰後)의 황폐함을 배경으로 꽃과 인간의 속성을 대비시키며 도회적 서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김광림은 화가 이중섭과의 인연이 깊다.
시인은 해방직후 1947년 원산에서 이중섭을 처음 만나 그가 작고한 1956년까지 인연을 맺었다.
장교 복무 시절에는 이중섭의 요청에 따라 외출을 나올 때마다 보급품 박스 속에 들어있던 양담배 은박지를 수집해 그림의 재료로 전해줬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중섭 화가는 1955년 서울 미도파백화점과 대구 미공보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하지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실망과 충격으로 대구에서 만난 고인에게 '내 그림은 다 가짜야.'라고 하면서 불태워 달라고 했다. 은박지 그림과 소품들을 보관했다가 이중섭 화가와 같이 머물고 있던 친구이자 소설가 최태응에게 모두 돌려줘 가까스로 은박지 그림을 살려냈다."(2011면 11월 18일 서울신문 인터뷰)
고인은 1980년대부터는 한국시의 국제화를 위해 힘쓰면서 한·중·일 시단 교류에도 앞장섰다. 1985년 대한민국 문학상을 수상한 고인은 1999년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 2001년 국가유공자증서 등을 받았다. 2009년에는 '허탈하고플 때'로 청마문학상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아들 상수(바움커뮤니케이션 회장)·상일(조각가)·상호(대만 과기대 학장)씨와 딸 상미씨 등이 있다. 발인은 11일 오전, 장지는 서울현충원. 차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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