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범죄 사실에도 수사기관에 이용자 기록을 전달하지 않는 강력한 비밀성을 자랑으로 하는 텔레그램이 기업공개(IPO)를 검토 중이다. '표현의 자유'를 표방한 독립적인 SNS로써 지속가능 하기 위해 자체적인 수익창출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11일(현지시간)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의 기업공개 계획을 밝힌 후 논란이 일고 있다. 두로프의 언론 인터뷰는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두로프는 해당 인터뷰에서 기업공개 계획을 밝혔다. 그는 "글로벌 기술 펀드 등 잠재적 투자자로부터 300억 달러(약 39조원) 이상의 가치 평가를 받았다"면서 "매각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은 첫 공개 당시부터 강력한 보안성과 각국 정부와 타협하지 않는 이용자 보호, 전면 무료 서비스 제공을 장담했다. 텔레그램은 이용 과정 중 기기 내 데이터 유출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채팅 내역을 서버에 저장한 뒤 이를 중계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추가적인 비밀성 보장을 위해 서버 내 복호화를 방지하는 종단간 암호화를 채택한 '비밀대화(Secret Chat)'을 제공한다.
갑작스러운 기업공개 계획을 내비친 데에 두로프는 독립적 운영을 위한 방책으로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익화에 나섰고, 기업공개가 곧 텔레그램의 가치에 대한 민주적 접근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충성도 높은 이용자에게 우선 주식을 판매하는 것 또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서 집행했던 암호화폐 톤(TON) 발행과 광고 집행에 관해서도 "수익화에 다가가고 있으며 이를 기점으로 기업공개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로프에 따르면 텔레그램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021년 상반기 5억 명에서 2024년 3월 현재 9억 명 수준이다.
현재 텔레그램은 IPO를 조건으로 2021년과 2023년 발행한 30억 2000만 달러 채권을 보유 중이다. 2021년 먼저 1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으로 20억 달러를 조달했고 같은해 7억 5000만 달러를, 2023년 2억 7000만 달러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추가 조달했다. 채권은 2026년 3월을 기한으로 상환 등에 문제가 생길 경우 부채를 IPO 가격 보다 10~20% 저렴한 가격으로 전환하는 조건을 달고 있다.
텔레그램은 이달 텔레그램 내 채널 운영자와 수익을 나누는 수익 모델을 도입하고 광고 비용을 50% 삭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수익 모델로 이용자 위치를 기준으로 타 이용자와 만남을 중계하는 만남용 계정 기능도 추가한다.
텔레그램의 기업공개 계획이 전해지자 비밀성 보장과 기업공개 간 양립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일어나고 있다. 현재 텔레그램은 두로프 1인이 100% 지분을 소유한 형태기 때문에 비밀성을 보장할 수 있으나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형태가 될 때 그동안 텔레그램에 이어진 각국 정부기관에 의한 데이터 제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부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의 반국가 조직의 거처로도 활용되고 있지만, 그 보다 불법 무기·스너프 필름·소아성애·납치·청부살인 매매 등 온갖 형태의 범죄의 장으로 활용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IT 및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SNS의 탈을 쓴 다크웹"이라고 지적 하는 이유다.
한국 또한 텔레그램과 악연이 있다. 2020년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박사' 조주빈의 N번방 사건 당시에도 텔레그램은 관련 범죄 내역이 서버에 있고 피해자에 10대 초중반 여성까지 포함됐음에도 제출을 거절한 바 있다. 같은해 사망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 또한 비서 성희롱 당시 비서와 대화에서 키카오톡이 있음에도 텔레그램 비밀대화를 이용해 논란이 일었다.
알렉산드라 우르만 취리히 대학 연구원은 연구 칼럼을 통해 "텔레그램이 억압에 대한 상징이 된 데에는 두로프가 러시아 당국에 연달아 특정 사용자 정보 제공을 거절했다는 개인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면서도 그가 앞서 개발했던 SNS 프콘탁테(VKontakte)를 결국 친정부인사에게 매각한 것을 지적했다. 프콘탁테는 유럽에서 주류로 이용 중인 SNS 중 하나이자 러시아에서 페이스북 보다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SNS다.
프리랜서 마케터인 장소연씨는 "과거 유튜브 내 저질 광고가 범람한 원인은 유튜브 콘텐츠 품질을 저하시킨 엘사 게이트였고, X(구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인수 후 이미지가 바뀌며 광고집행 비용이 크게 줄었다"며 "텔레그램이 수익화에 가까워 온다고 하는데, 과연 그만큼 광고가 의미있게 집행되는지 의아하다"고 밝혔다.
한편, 텔레그램은 2013년 두로프가 형인 니콜라이 드로프와 함께 만든 SNS다. 두로프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앞서 개발한 SNS 프콘탁테(VKontakte)의 반정부 인사 정보를 러시아 정부가 요구하는 데에서 개발이 시작됐다.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거절한 후 두로프는 협박을 받기 시작해 프콘탁테 지분을 친크렘린 성향 러시아 재벌에 매각하고 제3국으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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