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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사람들] 국내 첫 희귀동물 전문 사진 작가 이상훈 "모두 같은 존귀한 생명"

국내 첫 희귀동물 전문 사진작가인 이상훈씨가 품에 도마뱀을 붙인 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이상훈

커다란 조명판과 배경이 갖춰진 스튜디오에서 활짝 웃는 얼굴로 도마뱀을 소중히 안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 도마뱀, 뱀, 거북이, 소라게, 게, 거미 등 반려동물로 도통 떠올리지 못하는 희귀동물을 반려하는 사람들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변했어도 희귀동물들은 사진관 마다 퇴짜를 놓는다. 하지만 그들만을, 희귀동물을 사람이 있다.

 

메트로경제가 국내 첫 희귀동물 전문 사진작가 이상훈을 만났다. 희귀동물만을 전문적으로 찍는 별난 행보에 그는 어느덧 국내에 있다면 안 찍어본 희귀동물이 없을 정도가 됐다. 자신도 마니아인 이 작가는 스튜디오도 희귀동물 사육장으로 가득 채웠다.

 

희귀동물은 일반적으로 동물보호법상 규정된 반려동물 6종이 아닌 그밖에 존재하는 반려동물들을 뜻한다. KB증권이 지난 6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552만 명으로 전체 가구의 25.7%를 차지한다. 반려가구 중 71.4%는 개를, 27.1%는 고양이를 기르다 보니 희귀동물 반려가구는 0.1% 수준이다. 주변에서 만날 확률 보다 못 만날 확률이 더 큰 희귀동물 반려가구. 그럼에도 이 작가가 희귀동물 전문이 된 데에 어린시절 기른 거북이와 부모님의 지원이 배경에 있다.

 

"첫 반려동물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대형마트에서 산 거북이였어요. 이어 고슴도치와 장수풍뎅이를 길렀구요. 먹이도 흔치 않던 때 아버지가 직접 전문숍에 데려다 주시기도 하는 등 부모님이 도와주셨어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다른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거나 하는 일이 많은 데 생물을 보살피는 일이라 오히려 반기셨대요."

 

이상훈 사진작가가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뱀을 찍는 모습. 벽면에 가득한 사육장은 언제든 새로운 희귀동물을 맞을 준비가 돼있다. /이상훈 제공

 

 

이 작가는 고등학교 시절, 공대를 목표로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좋아했던 사진과 미술을 놓을 수 없었다. 마침 절묘하게도 명지대학교가 디지털콘텐츠디자인학과 등을 신설하면서 기회가 왔다. 그는 대학에서 특히 콘텐츠 제작과 응용에 관심을 가졌다. 그 관심은 자연스럽게 현재 사진작가면서도 풋내기 사업가로 이어졌다. 사업에 뛰어들긴 했지만 그는 아직 한창 시장 공부 중이다.

 

"22살, 대학교 2학년 때 휴학을 하고 스튜디오를 열었어요. 처음에는 반려동물 동반 사진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곳에서도 찍는 인물사진이나 제품 사진 등도 찍었어요."

 

스튜디오를 꾸려가는 데에 이리저리 좌충우돌 할 때 또 기회가 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며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그랬더니 희귀동물도 덩달아 시장이 커졌다. 반려가구가 늘자 보기 쉽지 않던 희귀동물들도 동호회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여기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갖추는 전문숍도 늘었다. 그리고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모습과 때로는 함께 하는 사진까지 남기고픈 사람들도 나타났다. 그래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사람들은 종종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과 취미를 직업으로 삼았다 보니 '덕업일치'라며 부러워 하기도 해요. 겉으로는 좋아보이지만 저는 누구도 해본 적 없는 일을 나홀로 하나의 전문분야와 직업으로 만들어야만 했고 남들보다 몇배는 더 노력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제는 박람회 같은 곳에서 절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 작가는 사진작가에서 머물지 않으려 한다. 이 작가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의 프로필 사진이 SNS에서 종종 보이지만 크게 형성 돼 자리잡은 시장은 아니다. 개와 고양이도 그런 사정이다 보니 희귀동물은 말할 것도 없다. 집밖으로 나올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희귀동물 전문 작가라고 하지만 생업을 꾸릴 만큼 일이 꾸준히 들어오는 것도 아니어서 저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간 꾸준히 찍은 사진을 활용해 새로운 포스터를 만든다거나 하는 작업을 해보고 있어요."

 

그는 거미, 도마뱀, 뱀 등 한 종류만을 모은 포스터를 냈고 마니아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결국 마니아 시장에 그치다 보니 고민이 많다. 2차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현재 희귀동물 반려문화에도 이어진다.

 

희귀동물을 찍는 모습.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간식으로 유혹하기는 어렵고, 말은 통하지 않으니 종종 헤프닝도 벌어진다. /이상훈 제공

 

 

"희귀동물은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할 것인가?물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매니아들은 제가 만들었던 포스터를 아주 좋아했지만 일반인은 아닐거에요. 그래서 여러 가지 계획을 생각하며 일반인에게도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12년 희귀동물을 기르고, 지난해 긴 시간 함께한 희귀동물을 죽음으로 이별하면서 펫로스 증후군까지 겪은 그가 가진 희귀동물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그래서 일반인에게 접근하는 방식에 또 한가지 고민이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희귀동물 시장이 급작스럽게 바뀌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반려식물, 반려동물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잖아요? 희귀동물의 인기는 함께 수 년 동호회 활동을 한 분들이나 사업하시는 분들 모두 걱정하고 있어요. 갑자기 시장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에요. 지금 도마뱀 중 일부는 수천만원에 이르러요. 저는 분양가가 비싸지면 얘들이 반려동물이 아닌, 재테크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들어온 마니아가 아닌 일반인들이 정말 많아요. 지금은 다소 누그러들었지만 위험한 상황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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