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개를 키운다고?"
삼성이 안내견학교를 개교하며 고(故)이건희 회장이 들은 이야기다.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안내견 사업은 이제는 30주년을 맞아 장애인 인식 개선에 이바지 하며 삼성의 대표 사회공헌(CSR)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은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기념식 자리의 맨 앞줄에서 1시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며 안내견 사업에 대한 뿌듯함을 드러냈다.
이재용 회장은 시종일관 미소 띤 얼굴로 기념식에 참석했다. 식순이 진행되는 중간 중간마다 옆 자리 바닥에 엎드리고 있는 검은 리트리버 안내견과 눈을 맞추며 애정을 보였다.
홍라희 전 관장은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에게 "(안내견 사업은) 이건희 회장님이 생전에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가지시고 노력하시던 사업"이라며 "회장님이 오늘 이 30주년 기념식을 보면 참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작은 시작, 큰 변화"…안내견 사업, 신경영의 첫 행보
1993년 9월 개교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직후 시작된 첫 번째 CSR 사업이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안내견학교다. 1994년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이래 매년 12~15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무상으로 매칭시켜주고 있으며 올해까지 총 280두를 사회에 분양했다. 현재는 76마리가 사회에서 안내견으로 활동 중이다. 가령 10마리의 후보견들이 있다면 이중 평균적으로 3마리 정도가 안내견으로 합격해 파트너를 만날 수 있기어 안내견 양산은 쉽지 않은 숙제로 여겨진다.
안내견 사업은 삼성 故 이건희 회장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은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었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이는 '초일류 삼성'을 향한 첫 행보를 CSR 사업로 꼽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은 안내견 사업을 두고 '잔잔한 연못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심정'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비록 시작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이런 노력이 우리 사회 전체로 퍼져 나감으로써 우리 사회의 의식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라며 CSR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은 '동물을 통한 사회공헌' 노력을 인정받아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안내견 학교 관계자는 "설립 당시에는 기업이 안내견학교를 운영하는 사례가 없어 설립 자체에 우려가 있었지만, 이제는 안내견 양성법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일본·대만·홍콩 등지에서 훈련법을 배우기 위해 찾아올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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