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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

[새벽을여는 사람들] 박윤지 작곡가…"전통-현대 잇는 K-음악 만들고파"

/박윤지 작곡가

"뭐야, 나 국악 좋아했네."

 

2020년 판소리를 현대 음악으로 재해석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주말 할머니 집에 들르면 흘러나오던 판소리와 홍대 길거리에서 들을 법한 리듬이 합쳐진 이 곡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K-리듬으로 자리잡았다.

 

"K-문화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것을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박윤지 작곡가(37)는 2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국악작곡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음악적 경계를 더 확장하고 싶었다"며 이 같이 답했다.

 

박 작곡가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서양작곡전공으로 학·석사를 졸업한 뒤 국악작곡전공으로 박사를 수료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의미는 대한민국 브랜드가 우월하다라는 의미가 아닌, 대한민국만의 특수성과 독창성이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국악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선율에 보편성을 더해 K-음악를 알리고 싶다는 의미로 들렸다.

 

박윤지 작곡가가 단독공연에 앞서 리허설을 보는 모습.
박윤지 작곡가(오른쪽)가 단독공연에 앞서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다.

◆ '동동'·'소만'…한국의 24절기 담아

 

박 작곡가의 작품은 대부분 자연적 소재로 이뤄져 있다. 그는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계절의 변화를 더 빨리 느낄 기회가 많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24절기로 이뤄져 있어 그 절기에 맞는 변화를 곡에 담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박 작곡가가 2020년 발표한 '동동(凍冬)'은 우리나라의 겨울 중 가장 추운 때 소한(小寒)을 담은 작품이다. 동동은 첫 시작은 가야금의 짧은 스타카토로 시작한다. 그는 "얼음이 얼고 녹는 과정과 물이 얼었을 때의 단단한 질감, 매섭게 부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소재가 변해가는 모습이 집중적으로 들리게끔 했다"고 말했다.

 

24절기 가운데 8번째에 해당하기도 하는 '소만'을 통해서는 따스한 봄날, 만물이 생동하는 것을 표현했다. 그는 "새타령의 서창부분을 차용하고, 농가월령가의 3월령과 4월령으로 가사를 지었다"며 "특히 새소리를 세밀하게 표현하고 싶어 환경단체에 요청해 100가지의 새소리를 듣고, 소리꾼, 피아노, 첼로, 콘트라바스가 구현할 수 있도록 작곡했다"고 말했다.

 

'막새바람이 부는 산중턱에 한참을 서 있었다'는 가을산행의 여정을 담은 곡이다. 가야금의 서정적인 선율과 좌단 두드리가 인상적이다. 그는 "막새바람은 가을에 부는 신선한 바람을 말하는데, 가을산에서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기분을 들려주고자 작곡하게 됐다"며 "25현 가야금 연주 외에도 발구르기나 박수, 좌단 두드리기 등을 통해 산행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문묘(MUNMYO) 콜라보레이션
문묘(MUNMYO) 콜라보레이션.

◆전통과 현대 사이에 선 국악

 

현재 박 작곡가는 국악기를 새로운 기법으로 연주하거나 양악기에 국악적 시김새를 접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곡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것을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의 현대적인 것의 허용범위는 고민이다.

 

그는 "전통을 고수하시는 분들은 퓨전국악을 고유한 것을 망치는 길이라고 보기도 하고, 일부는 어떤 식으로 버무리느냐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며 "다만 국악의 경우 진입장벽이 매우 높기 때문에, 퓨전국악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춰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게 한 점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달 말 박 작곡가는 문묘제례악을 국악기와 일렉트릭기타, 디지털 아트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한 문묘(MUNMYO)를 발표한다. 문묘제례악은 문묘제례에 쓰이는 음악으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이다.

 

그는 "이번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전통적인 것을 파괴하지 않는 선과 현대적인 것을 허용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며 "한국적인 것을 어떻게 보편화시켜 알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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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예술의전당에서 국악·타악 협주곡 Sun-rise, Sun-set 공연 모습

◆ 색다른 분야와 다양한 음악 추구

 

최근 박 작곡가는 다른 전문가들과의 교류에 집중하고 있다. 작품에만 몰두하다 보면 자기세계에 갇혀 나오는 곡 또한 제한적일 수 있어서다.

 

그는 "성악가, 피아니스트, 심리학자 등 타 분야 전문가 분들과 영화나 전시회를 보면서 작품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며 "머리속에 생소할 수 있는 단어와 분야를 던지고, 교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곡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 작곡가가 이런 활동을 끊임없이 할 수 있는 배경에는 다양한 분야와 융합해 음악을 선보였던 경험이 한 몫 했다.

 

그는 "오선지에 관객들이 그림을 그리면 그에 맞게 음악을 만들어 센서를 부착, 누르면 음악이 나오는 작업을 하기도 했고, 전시관에 다른 음원이 설치된 천을 달아 관객들이 무엇을 만지느냐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나오게 하는 작업 등을 했다"며 "교류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어쩌면 음악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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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지 작곡가(왼쪽 뒷편)와 성악가, 피아니스트, 심리학자 등 전문가가 모여 토론하는 모습./박윤지 작곡가 제공 

 

박 작곡가의 단기계획은 앨범 발매다. 그는 "2021년과 2022년 국립극장과 세종문화회관에서 단독공연을 열었는데, 국악기, 양악기, 성악까지 포함한 다양한 곡을 작곡하게 됐다"며 "그 중 일부를 녹음해 앨범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24절기에 맞춰 24개 곡을 내놓는 것도 목표다. 박 작곡가는 "국악기와 양악기를 골고루 섞어 흥미롭고 특이한 편성들로 곡 24개를 시리즈로 완성하려 한다"며 "이 곡들로 창작 국악 레퍼토리 확장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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