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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 下] '언젠가 올 마지막 순간'… 직접 작성해 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메트로경제 박태홍 기자가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차려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찾아가는 국회 상담소에서 연명의료관리센터 연명의료운영관리팀 윤지은 주임행정원(왼쪽)에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위한 상담을 받고 있다. / 박태홍 기자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향서) 작성은 오랜 고민 끝에 행하는 의식 있는 자의 선택이다. 본인이 언젠가 말기 환자가 되거나 임종기에 다다랐을 때 무의미한 생명 연장 치료를 멈추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지를 생전에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다. 만약 의향서를 작성하지 않고 임종기에 의식을 잃으면 담당의가 가족의 진술을 토대로 연명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의향서는 법률에 따라 지역보건의료기관, 의료기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등 공공기관, 노인복지관 등 지정된 기관에서만 작성할 수 있다.

 

때마침 국회 '존엄한 삶을 위한 웰다잉 연구회(대표의원 김상훈 국민의힘·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구책임의원 서영석 민주당 의원)'가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찾아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소'를 운영한다고 해서 10일 오후 신분증을 들고 찾아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서식. / 국립연명의료기관

◆"환자에게 의미 없는 연명의료만 중단"

 

임시 상담소가 마련된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엔 2명의 상담사가 2명의 등록 희망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하고 있었다. 기자는 연명의료관리센터 연명의료운영관리팀의 윤지은 주임행정원에게 상담을 받았다. 신분증을 제출하고 자리에 앉자,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에서 봤던 의향서가 A4용지에 인쇄된 채 책상에 놓여있었다.

 

상담을 시작한 윤지은 행정원은 "치료 효과가 전혀 없이 생명을 연장하는 연명 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다. 단,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 행위와 영양분, 물, 산소의 공급을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해선 안 된다"며 "환자에게 어떠한 이익이 하나도 없는 시술들에 대해 의술을 중단하는 것이지, 빨리 돌아가시도록 돕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제일 먼저 설명했다.

 

그러면서 "며칠이나 수주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보이는 환자를 임종기 환자라고 정의를 하고 있다. 환자의 상태를 잘 아는 담당의가 판단을 하고 임종기라고 판단된 다음에 담당의는 이 사람이 의향서를 썼는지 여부를 조회한다. 환자가 사전에 의향서를 작성했으면, 의식 있는 임종기 환자의 경우 연명의료 거부 관련 의사 변화를 물어보고 환자가 의사에 변화가 없으면 확인 서식을 작성을 하고 환자에게 불필요한 시술을 중단하게 돼 있다"고 의향서가 실제로 말기 환자나 임종기 환자에게 어떤 식으로 효력을 발휘하는지 설명했다.

 

의향서에 의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항목은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기타(담당의가 의학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중단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시술)다.

 

윤 행정원은 "환자가 받는 모든 항목에 대한 시술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 중 환자에게 의미 없는 것만 중단하는 것이다. 시술을 중단하기 전에 의료진이 의식이 있는 경우엔 환자에게 이 시술이 치료에 이익이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의식이 없으면 가족에게 설명을 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때 환자에게 가슴 압박을 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심장과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처치법이 되기도 하지만, 임종기 환자한텐 오히려 갈비뼈 골절로 인해 기흉 등 부작용이 발생해 오히려 환자 상태를 악화시키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의 목적이 환자의 자기결정권도 중요하고 홍보될 때 자기 결정권 존중에 맞춰져 있지만, 가장 우선인 것은 환자에게 연명 의료의 이익이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 다음이 자기결정권 존중이라고 보는 것이 법의 목적이자 취지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본지 박태홍 기자가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차려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찾아가는 국회 상담소에서 연명의료관리센터 연명의료운영관리팀 윤지은 주임행정원에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위한 상담을 받고 있다. / 박태홍 기자

◆"통증·증상 완화 돕는 호스피스 이용 여부도 선택"

 

기초적인 설명을 듣고 안내에 따라 의향서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를 작성했다. 그 후, 윤 행정원은 호스피스 서비스 이용 여부를 묻기 위해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는 "호스피스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통증과 증상의 완화 등을 포함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향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 서비스다. 의향서에선 호스피스 이용 의향 여부만 선택한다. 말기 환자부터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만약에 이용할 때가 오면 별도의 신청 절차가 또 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는 병동에 입원하는 방법, 호스피스 병동이 아닌 병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를 호스피스 팀원이 찾아서 관리해주는 방법, 집에서 머무르는 환자를 호스피스 팀원이 와서 관리해주는 방법이 있다. 나의 죽음 가까이 찾아올 통증과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서비스가 있다니 '이용 의향 있음'에 펜을 그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은 것이 의향서에 총 6가지 설명 사항 중 2가지를 끝낸 것이다. 나머지 4가지 항목은 ▲효력 및 효력 상실 ▲작성·등록·보관 및 통보 ▲변경·철회 및 그에 따른 조치 ▲등록기관 폐업·휴업 및 지정 취소에 따른 기록의 이관에 관한 사항이다.

 

추후에 담당의를 통해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면 의향서의 효력은 상실되고, 등록된 의향서는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된다. 또한, 의향서 등록자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의향서를 변경하거나 철회(온라인, 유선, 방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 사망 전 열람허용 여부 항목에서 '열람 가능'을 선택한 후 서명을 거친 후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이 완료됐다. 희망자는 의향서 작성을 증명하는 실물 카드를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

 

윤 행정원은 의향서작성 후 가족에게 반드시 작성 사실을 공유하고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등록자가 오랜 고민 끝에 의향서를 작성했어도, 가족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정작 의향서가 효력을 발휘할 때 무용지물이 돼 버린다"면서 "가족분들이 이 제도에 대해 모르겠다고 하시면 저희 쪽에 연락을 주시면 의미에 대해 안내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상담에 걸린 시간은 약 25분. 그렇게 사전에 연명 치료 중단 의사를 밝힌 170만명(2023년 4월 기준) 중 한 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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