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올해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해 초 기준금리 0.00~0.25%에서 지난 달 4.75~5.00%로 13개월만에 4.75%포인트(p) 올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빠르게 금리인상이 진행됐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통화긴축(금리인상)과 금융위기 간 상관관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의 데자뷰 우려가 커진 셈이다.
◆ 경상수지 적자+美 금리인상=금융위기?
그렇다면 이번엔 다를까.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경상수지 적자와 미국의 금리인상이 맞물리며 이어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1990년대 들어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임금 상승, 원화 가치 상승 영향에 따른 수출상품 경쟁력 저하, 해외여행 자유화로 인한 서비스수지 적자 등의 영향으로 경상수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1997년 외환위기 발생 전 연간 경상수지는 1994년 -47억9400만달러, 1995년 -102억3000만달러, 1996년 -244억6100만달러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연준도 1994년 1월부터 1995년 2월까지 14개월간 기준금리를 3%p 올렸다. 다만 우리나라는 이에 맞춰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 가계부채와 한계기업이 늘어난 탓이다.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은 1997년 10월 1일 914.4원에서 그해 12월 24일 1964.8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율은 1994년 140.9%에서 1997년 286.1%까지 올랐다. 갚아야 할 빚은 불어났는데, 쌓아둔 외환이 바닥을 보이면서 IMF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비슷한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이어진다.
한국의 2008년 경상수지는 1월 -6억8900만달러, 2월 -22억3500만달러로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3월 반짝 흑자(9억7300만달러)를 보인 후 4월부터 다시 5개월 연속 적자를 보였다.
미국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25개월간 4.0%p 올렸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투자자의 이탈로 환율은 더 뛰었다. 서울 외국환중개에 따르면 2007년 11월 19일 919.3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009년 3월6일 장중 기준 1597원까지 올랐다.
◆ 금융위기 보는 정반대 시선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적자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금융위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 만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 적자로, 1980년 1월 통계 편제 이후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경기와 최대 교역국인 중국경기가 동시에 부진하면서 수출이 크게 내려앉은 영향이다.
미국 연준도 올해내 금리 인하 계획은 없다고 발표하며, 한차례 더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점도표를 보면 연준 의원들은 올해 기준금리가 5.1%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금리수준인 4.75~5.00%에서 0.25%p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부실이나 외환부족은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어느정도 시차를 두고 금리를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본유출 위험은 감소했지만, 국내 경기침체와 가계부채의 증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자본유출 위험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금리인상으로 금리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적절한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1997년과 2008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1997년 당시 우리나라의 경우 고정환율제도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환율이 왜곡됐지만, 이후 변동환율제도를 쓰고 있어 급격한 환율변화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5%로, 미국 기준금리(4.75~5.00%)와 1.5%p 차이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30일 1299.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4일 1294.3원으로 떨어진 이후 1300원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금리 역전 시기를 살펴보면 기준금리차는 지난해 7월부터 꾸준히 확대됐지만 10월 이후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금리차가 발생하면 환율 상승 압력이 높아지지만 대내외 경기 등 기타 여건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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