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시작한 하루는 운동으로 끝난다. 매일 오전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오후에는 수영 훈련을 이어간다. 대회를 앞두고 일주일에 적어도 두번은 서울에서 강원도로 원정 훈련을 떠난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취미조차 운동이 됐다. 훈련 외의 시간에는 그룹 트레이닝 F45와 레저 스포츠 프리다이빙을 즐긴다.
핀수영 국가대표인 김광모(광주광역시체육회, 35) 선수의 하루일과다. 27년째 수영을 하고 있다는 김 선수는 "수영하는 게 가장 좋고 행복하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건 수영이구나라는 확신이 든다"고 답했다.
◆핀수영의 매력 "속도감↑ 박진감 넘쳐"
수영은 도구의 도움 없이 오로지 손과 발을 사용해 헤엄치는 종목이다. 핀수영은 장비의 도움을 받는다. 흔히 말하는 오리발, 즉 모노핀을 사용한다.
김광모 선수는 "모노핀은 양발 두개가 하나로 붙어있어 인어공주 꼬리나 돌고래 꼬리처럼 보인다. 모노핀을 신고 헤엄치는 종목이 바로 핀수영"이라며 "일반 수영보다 속도가 빨라 박진감이 넘친다. 또 장비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근력이 더 필요한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핀수영은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라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인지도 낮은 편이다. 2년마다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가 가장 큰 규모다.
김 선수는 "한국 수영이 많이 발전했다 해도 이제 막 결승전에 겨우 드는 수준이며, 일반인들에게는 박태환, 황선우 선수처럼 한두명의 특출한 선수들만 잘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핀수영은 비인기 종목임에도 한국 선수들이 두각을 보이고 있는 종목이다. 세계 1등도 꾸준히 나오고, 세계 신기록 보유자, 세계선수권 4관왕 등 훌륭한 국내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김광모 선수는 어렸을 적 유난히 물을 무서워했다고 한다. 저 멀리서 바다만 보여도 울음을 터트릴 정도였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어머니 손을 잡고 처음 수영장에 간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김 선수는 말했다.
그는 "그래도 선생님 지도 아래 나름대로 수영을 곧잘 배웠다. 아버지가 사이클 선수 출신이라 운동신경이 있었다"며 "스포츠센터에서 열리는 대회가 있었다. 거기서 1등을 하고, 초등학교 정식 수영부 입단 제의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후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갔다. 시 대회에서 1등을 하고, 초등학교 6학년 시절 경기도 대표로 선발돼 전국소년체전에 나갔다. 2011년 김 선수는 첫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한국 신기록을 경신했다. 일반 수영에서 핀수영으로 첫발을 내디딘 해, 4개월 만에 신기록을 세웠다.
◆긴 슬럼프 끝…2019년 전국체육대회 '金'
20대 후반에 들어설 때 김광모 선수는 4~5년간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어떤 대회에 나가더라도 항상 1등만 차지했으나, 어느 순간 2등, 3등으로 기록이 내려온 것.
그는 "내 선수 생활이 이제 끝났나보다 좌절감을 심하게 느꼈다"며 "무슨 수를 써도 1등을 못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그때가 지금보다 훨씬 더 운동에만 매진하던 시절이라 더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죽도록 운동해서 2등, 3등 할 거 그냥 하고 싶은거 다하면서 편하게 하자라는 마인드가 생겼다"며 "때로는 술도 즐기고 훈련이 잘 안되는 날에는 '다음에 열심히 하면 되지' 이렇게 내려놓으니까 오히려 컨디션이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2019년, 김 선수는 전국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대 때보다 오히려 더 좋은 기록이 나왔다.
김 선수는 "내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했던 걸 내려놓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그때는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제가 제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했었다"고 했다.
운동선수의 경우 신체 기량이 가장 뛰어난 20대에 전성기를 맞는다. 김 선수도 은퇴를 두고 많은 고민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는 "현실적으로 전성기가 지난 나이고 하니 과감하게 은퇴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겠다 싶다가도 (선수 생활을) 끝까지 해보고 싶기도 하다"고 답했다.
이어 "은퇴 후에는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물에서 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현재로서는 올해 프리다이빙 강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마 올해나 내년부터 프리다이빙 강사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책임감'이 가장 큰 삶의 원동력"
김광모 선수는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선수 중 하나다. 그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는 15만명이 넘으며, 개별 영상의 조회수는 700만회가 넘기도 하다.
김 선수는 "혼자서 카메라를 설치하고, 수영 영상을 찍고 확인하고 편집하고 이런 과정들이 너무 재미있다"며 "이것저것 편집해서 올리자 사람들 반응이 너무 좋았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선수들의 수중 영상, 훈련 영상을 접할 기회가 드물어서 좋아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역 선수가 무슨 SNS를 그렇게 열심히 하냐, 운동할 시간에 SNS만 하는 거 아니냐는 등 안 좋게 보는 시선들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SNS가 하나의 큰 광고판이라고 생각한다. SNS에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만큼 안 보이는 곳에서 운동도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SNS 활동을 계기로 운동복, 스포츠용품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 현재 김 선수는 다양한 브랜드들의 앰버서더로 활약 중이다. 그는 '책임감'을 가장 큰 삶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김광모 선수는 "가장 최근에는 운동복 브랜드의 앰버서더가 돼서 영상 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냥 수영만 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활동 반경이 넓어져서 좋은 것 같다"며 "(브랜드에서) 저에게 먼저 제안을 주시고, 믿고 제품을 보내주시는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모든 일들에 대한 책임감이 저를 부지런히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한참을 고민했다.
"올해 목표는 소박합니다.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하고 싶어요. 제가 핀수영계를 떠났을 때도 모두가 알아주는, '핀수영계의 레전드'로 남고 싶습니다. (웃음)"
<김광모 선수 약력>
2011 세계선수권 국가대표
2012 아시아선수권 3관왕
2013 세계선수권 국가대표
2014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2015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2017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2019 아시아선수권 은메달
2019 전국체육대회 금메달
현(現) F45잠실, Hdex, Trudive, 아미토리, 어시스트레치, 센티스포츠 앰버서더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