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가 때아닌 대통령 '탄핵' 논란에 휘말렸다. 지역별 순회 합동 토론회를 시작으로 전당대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탈당론에 탄핵론까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상황이다.
포문은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열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경기도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가운데 "대선 욕심이 있는 분은 (당 대표로) 곤란하다"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히면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탄핵이 우려된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안 지났는데 그런 분란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대권 주자로도 거론되는 안철수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안 후보가 당 대표로 당선되면, 차기 대권 주자 입지를 다지기 위해 현직인 윤 대통령과 충돌할 수밖에 없고, 상황에 따라 '탄핵'으로 몰아낼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후보 발언에 당사자인 안 후보는 즉각 반발했다. 안 후보는 지난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무리 패배가 겁난다고 여당 당 대표 하겠다는 분이 대통령 탄핵 운운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우 캠프 선거대책위원장도 1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전당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당을 심각하게 분열시키는 행위"라며 김 후보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우리 당 내부에서도 전당대회 후보를 놓고 '저 사람은 탄핵을 할 사람', '국정 운영의 방해꾼, 적'이라고까지 하면 (내년) 총선을 못 치른다"고 지적했다.
이준석계 인사로 분류되는 천하람 당 대표 후보,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도 가세에 김 후보 발언을 비판했다. 천 후보는 같은 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가운데 "결국은 (김 후보의 '탄핵' 발언은) 조급함의 표시인 것인데 사실은 말이 좀 안 맞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 발언을 두고 천 후보는 "당 대표 정도 되면 대부분 당의 큰 리더이기 때문에 대선에 대해 생각을 전혀 안 하는 게 어색한 일이고, '당 대표직을 잘 수행해 우리 당원과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드려서 대선 후보로 성장하고 싶다'고 하는 건 굉장히 건전한 어떤 욕망"이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당원들이 공감하기도 어려운 대통령 탄핵을 이렇게 얘기하는 건 결국은 '나 안 찍으면 당과 대통령이 굉장히 어지러워진다'고 하는 어떤 얕은 수의 협박을 당원들에게 하는 것"이라며 "이건 우리 당원들의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는 처사 아닌가"라며 김 후보를 비판했다.
이에 앞서 천 후보는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와 함께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당 전당대회에서 왜 대통령 탈당,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코 등장해선 안 되는 얘기가 나오냐. 본인 지지율 (올리는 게) 조급해도 정치에 금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김 후보는 탄핵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13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현재와 새로운 권력이 당내에서 충돌했을 때 당에 불협화음이 생기고 그것으로 인해 당내 분란이 생겨 당이 쪼개지고 생각하기도 싫은 아픈 탄핵이라는 과거가 반복되면 안 된다고 한 것을 마치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우려된다고 곡해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안 후보 등을 겨냥해 "언론 보도를 보면 제가 (컷오프 경선) 1등이라고, 2등과 격차가 크다고 보도해 마음이 다급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당 대표가 되겠다는 분이 없는 말을 왜곡, 곡해하면서 당에 흠집 내는 모습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탄핵 발언과 관련 "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더불어민주당이 이야기하고 있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이어 민주당이 10·29 참사 책임 차원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언급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도 처리한 점을 언급한 뒤 "따지고 보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예행연습이라고 유추하지 않느냐. 이런 시점에서 우리 당내에 분란이 생겨 또다시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이 부딪히는 상황이 오면 큰일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부연해 설명했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