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강릉교동한과 창업, 강릉에 공장도…"맛 없는 것 만들지 말자"
'장인정신'으로 전통과 현대 넘나드는 맛·멋 한과에 고스란히 담아
沈 "한국의 전통 과자 더욱 발전시켜야…과자 아닌 문화 판다" 신념
젊은층·세계인 입맛 잡은 '고시볼', '벌꿀약과' 개발해 경쟁력 제고
"우리나라의 전통 과자를 지키고 더욱 발전시켜야한다. 우린 과자가 아닌 문화를 판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과자 '한과'(韓菓) 브랜드로 유명한 교동한과를 만드는 교동씨엠(교동CM) 심영숙 대표(사진)의 말이다.
한과라고하면 명절 때마다 찹쌀과 조청 등을 이용해 유과를 만들어 차례상에 올리고 식구들을 먹이던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집에서 한과를 만드는 게 매우 드문일이 되긴 했다.
교동한과는 국산 농산물을 이용해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한과 브랜드다. 심 대표는 제대로 된 한국의 과자를 만들어보겠다며 1999년 당시 교동씨엠의 전신인 강릉교동한과를 창업했다.
"남편이 사업 때문에 외국 손님들을 집에 자주 초대했다. 그때마다 직접 음식을 만들어 손님을 맞이했다. 한과도 그중 하나였다. 한과를 먹어본 외국 손님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심 대표가 말을 이어갔다.
사업을 한번 해보겠다고 마음 먹은 그가 한과를 아이템으로 정한 것은 어린 시절의 '강렬한 추억' 때문이다.
강원도가 고향인 심 대표는 여섯살때 어머니를 따라 오대산 근처의 한 암자에 들렀다. "거기서 만난 한 스님께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한과를 내오셨다. 그런데 그 맛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것만 먹고도 살 수 있을 것 같더라(웃음)." 그 추억의 맛이 향후 자신의 사업꺼리가 되리라곤 당시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강원도 강릉에 지금의 공장도 차렸다. 강릉이 갖고 있는 수 많은 역사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심 대표 자신은 2014년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59호 전통식품 명인 한과류(유과) 명인'으로도 선정됐다.
"발효해 만드는 과자는 한과가 유일하다. 유과만해도 찹쌀을 30도 온도에서 열흘 가량 자연발효해야한다. 이를 다시 빻고 술과 날콩물을 넣어 반죽한뒤 치대고 썰고 말리고 튀겨야 유과가 만들어진다. 튀길때 온도는 초벌에서 100도, 재벌은 200도까지 올려야 제맛이 난다."
음식 만드는 이야기를 하는 내내 심 대표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났다.
특히 한과의 이런 과정 절반은 사람의 손을 직접 거쳐야한다. 80명 가량이 일하고 있는 강릉공장이 연일 바쁘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도 100% 자동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때 70종에 가까웠던 제품 종류는 현재 유과, 약과, 정과, 유밀과, 강정, 엿 등 30~40종 정도로 줄였다. 고른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면서 "맛 없는 것은 만들어 팔 수 없다"고 다짐한 신념도 컸다.
심 대표는 한과를 통해 전통의 맛을 살리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새로운 도전도 했다. 그렇게해서 탄생한 대표 제품이 '고시볼'이다. 고시볼은 맛있는 것을 먹을 때마다 조상들이 외치던 '고시래(高矢來)'라는 말과 '볼(BOWL)'을 합한 말이다.
그러고보니 법인명인 '교동CM'의 CM에는 전통을 뜻하는 '클래식(Classic)'과 현대를 의미하는 '모던(Modern)'을 함께 담았다.
"우리나라 공항엔 외국인들이 나갈때 사갈만한 전통과자가 왜 없을까 늘 의아했다. 고시볼은 한과의 세계화를 목표로 개발한 제품이다. 커피, 와인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고시볼은 찹쌀을 숙성시킨 발효과자에 우리땅에서 나는 과일, 곡식을 동결건조해 입혀만든 천연과자다. 고시볼에 맛과 색깔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백련초, 금귤, 딸기, 메밀 등은 전국 팔도에서 재배한 것들이다. 특허도 받았다.
없어서 팔지 못한다는 C사의 벌꿀약과도 알고보니 심 대표의 작품으로 요즘 젊은이들 입맛에 맞게 만든 것이 히트를 쳤다. 벌꿀약과도 제조 과정에서 사람손이 적지 않게 가다보니 수요보다 늘 공급이 딸리는게 아쉽고 미안할 따름이다.
심 대표는 경영을 스스로 터득할 수 밖에 없었다. 배울 곳도 많지 않았다. 철칙은 오랜 경험 끝에 생겼다. 기업가정신도 마찬가지다.
많이 쓰는 찹쌀, 옥수수, 깨 등은 농민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상생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직원의 90% 가량이 여성이고 이 중 상당수가 경력단절여성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여성을 더 많이 뽑는다. (여성도)실력이 있으면 된다. 유리천장을 탓하지 마라."
교동한과의 각종 제품은 현재 국내의 내노라하는 백화점과 호텔, 온라인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누구나 입점을 희망하는 이들 백화점, 호텔을 뚫기위해 접대를 해본 적도 없다.
맛과 품질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경쟁력을 높이면 반드시 찾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정도를 걸어온 결과 자연스럽게 판매망도 늘었다.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판매처를 무리하게 확장하지도 않았다.
"식품기업 대표는 디자인 감각도 탁월해야한다. 대신 패키징 비용이 제품 가격의 10%를 넘어가면 안된다. 비용 계산도 철저해야한다. 특히 의사결정은 최대한 빨라야한다."
집에서 살림하다 사업을 시작해 교동한과 브랜드를 만들고 회사를 키워온 그가 25년 가까운 세월 동안 스스로 터득한 경영 철학이자 사업 방침이다.
"중국도, 일본도, 대만도 모두 자기들만의 디저트를 상품화하고 세계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한국은 아쉬운 점이 많다. 우리가 할 것이다. 게다가 이는 '장인정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심 대표는 세계인들이 디저트로 한과를 마음껏 즐겨먹는 기분 좋은 상상을 오늘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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