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이수준의 부동산수첩] 학군이 뭐길래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경기고 영동 이전 놓고 진통', '경쟁시험을 치르고 입학한 현 재학생만이라도 현재의 교사에서 졸업하게 해 달라', '영동의 수세식 화장실보다 화동의 재래식 화장실을 계속 쓰겠다.' 1975년 경기고등학교 강남 이전 당시의 언론 보도다.

 

서울 부동산을 설명하는 핵심은 언제나 학군(學群)이었다. 학군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통학 가능 거리에 따라 일정 범위 내의 학교들을 묶어놓은 교육 행정단위이다. 보통 2~3개의 자치구를 합쳐놓은 각각의 학군은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에서 하나씩 담당한다. 동대문구와 중랑구로 이루어진 제1학군부터 강북구와 성북구가 합쳐진 11번째 학군까지 있고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강남구와 서초구의 8학군이다.

 

학군의 개념이 되는 통학 거리는 곧 학교 배정의 범위를 뜻한다, 그래서 학군은 1970년대 고교 평준화와 함께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8학군이 주목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위에 소개된 내용과도 같이 처음 경기고, 서울고 등이 이전하는 과정에는 잡음이 많았고 이후에도 강남지역에는 입학생이 부족하여 한동안 다른 지역 학생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뒤부터 8학군은 강남 부동산의 시대를 열었다. 눈 뜨면 완성되는 대단지 아파트에 학교가 부족해져서 새로 지었고, 아파트 분양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강북의 학교들을 이전하기도 했다. 80년대 분양한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에는 8학군에 입학하기 위한 학생들의 위장전입이 횡행했다.

 

이후 30년의 세월이 지나 학령인구가 많이 줄었음에도 학군은 여전히 부동산을 지배하고 있다. 얼마 전 고위공직자 청문회에서도 확인되었듯이, 낡은 은마아파트에 책상도 없이 2층 침대만 빼곡히 집어넣고 학생 머릿수마다 월세를 백만원씩을 받는 이른바 테트리스 월세방도 여전하다.

 

2019년에 4억이었던 서울 외곽의 한 아파트는 2년만에 13억이 되었다가 다시 1년만에 5억원대가 되었다. 8학군에 위치한 같은 평형대의 어느 아파트는 그 기간에 17억에서 38억, 다시 35억원으로 변했다. 전국적인 부동산 하락장에서도 8학군은 여전히 강남을 떠받치며 양극화의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대책은 향후 5년 동안 270만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1기 신도시 재건축 공급량은 포함되지 않았다. 1기 신도시 재건축 플랜은 정부가 2024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때 가서 첫 삽을 뜨는 것이 아니라 마스터 플랜을 세운다는 것이다.

 

대선 공약내용과는 얘기가 다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도시를 손보기 위해선 교통·전력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주민들 간 이해관계는 물론 30년 묵은 관련법도 뜯어고쳐야 한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다.

 

재건축 조합들은 학교를 지어야만 한다.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바람대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용적률을 500%까지 늘린다면 도시 계획법에 따라 반드시 학교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인구 구조상 학교를 늘릴 생각이 없다. 지금 있는 학교들도 통폐합하는 마당에 재건축조합으로부터 학교부지를 기부채납 받더라도 이를 운영할 방도가 없다. 설령 특별법을 만들어서 지구단위계획상 학교 등 기반시설을 축소한다고 해도 학교 없는 아파트는 분양계획 자체를 세울 수가 없다.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들로 아파트를 채우지 못하면 그 단지는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양극화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도 교육도 결국 미래를 위한 것이고, 결코 떼어놓을 수가 없다. 지난 반세기 부동산 시장을 좌우해온 '학군'은 재건축의 시대에도 여전히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