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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도예가의 공간은

이규성 선임기자.

내 주변에 도자기를 굽는 동문선배가 있다. 그는 집이 없다. 그러나 드넓은 공간을 가졌다. 작업장과 전시장 살림집, 옛스런 정자, 텃밭 그리고 별도의 야외쉼터까지 있다. 그가 그만한 공간을 갖는데는 작업 공간 욕구, 세상의 변화, 주변 사람들의 우정 등이 어울러져 만들어졌다.

 

그는 내가 이곳으로 이사오기전 여주에 정착했다. 그의 아내 역시 화가다. 그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서울에 머물렀으나 작업할 공간이 만만치 않았다. 돈이 많지 않은 그들에게 여주의 빈집 하나가 나타났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도시생활을 접었다. 아내는 그림을 그리고 그는 도자기를 구으며 예술가의 길을 걷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집은 'ㄱ'자 모양으로 지상권만 수백만원에 구입했다. 집 뒤에는 감나무도 몇그루 있고, 상추와 쑥갓, 고추 등 채소를 기를 수 있는 땅도 조금 딸려 있어 자급하기에 제격이었다. 무엇보다도 도시에는 구할 수 없는 작업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더할 나위없이 행운이었다.

 

집은 100여년된 한옥. 서까래와 마루 등이 온전했다. 거기에 욕실과 부엌을 들였고 거실창을 달고 벽난로도 놨다. 그러자 집은 그럴싸하게 앤틱하고도 아늑했다. 천장서까래와 옛날 마루바닥으로 된 거실의 운치라니. 도시에서는 맛보기 어려웠다. 그리고 비여 있는 한쪽면에는 도예작업장과 가마를 지었다.

 

내아들 녀석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무렵 경기도 주최 광주도예박물관 백일장에서 "여주 사는 털보아저씨는 아빠 친구다. 그 집에 가면 아저씨가 흙덩이를 주고 동물도 만들게 해주고, 그릇도 만들게 해 주신다"고 자기 경험담을 수필로 써 도시상품권 10장을 탄 적도 있다. 당시 종종 그곳에 들러 밤을 보낸 적이 있다.

 

어느날 밤에는 주변에 사는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종합예술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택견 전승가, 전통춤을 추는 무용가, 소리꾼, 그리고 화가 및 도예가 등이 정자에 모여들어 술을 나누는가 싶더니 하나둘씩 자기들의 장기를 내놓자 한밤내 공연예술장으로 변했다. 춤을 추고 노래하고 택견을 펼쳐 보이고 나무통을 가져다 두들기며 장단을 맞추자 흥겨운 여름밤이 되었다. 예술창작자들이라서인지 서로를 교감하는 것이 나와는 전혀 달랐다.

 

얼마 후 살림집에 있던 도자기 전시공간이 이전, 어엿한 전시판매실을 갖게 된 일화는 특별하다. 한번은 그의 작업장 옆으로 소설가 한분에 들어왔다. 물론 지상권만 있는 집이었지만 작업실로 개조해 일년을 머물렀다. 소설가는 작품을 마치고 돌아갈때 거의 함께 살다시피 한 선배에게 그집을 주고 떠났다. 나중에 소설가에게 들으니 그 집은 팔릴 것 같지도 않아 차라리 주고 갔다고 했다. 선배는 살림집을 옆으로 옮기고 이전 살림집 전체를 전시실로 바꿔 더 넓은 공간을 갖게 된 것이다.

 

애초에 선배 집 주변으로 두어 가구의 시골집이 있었다. 지금은 그만이 주변의 야산과 여러뛔기의 텃밭, 인근 계곡의 주인이 됐다. 그는 전승도예가로 이름이 높다. 그 중에서도 달항아리는 국제적으로도 널리 명성이 자자하다.

 

내가 사는 주변에는 화가 마을, 도예촌 등 예술인마을이 여럿이다. 내 선배 처럼 도시에서 공간을 찾기 어려운 이들이 찾아와서다. 말하자면 구로 고척동의 철공소가 비워지자 예술인들이 모여들어 서울 한복판에 예술인마을이 생겨난 것과 같다. 대학로나 홍대거리 등도 마찬가지다. 여주, 이천, 광주의 도예촌 처럼 비워가는 시골마을에 새로운 창작자들이 더 많이 찾아들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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