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산업>경영

[도전! 스타트UP]디지털 접목…계란 구독서비스 '월간계란' 주여달 대표

외조부때부터 양계업…코로나 팬데믹에 계란 판로 막힌 모습보고 아예 회사 창업

 

10년 넘게 한 외국계 화장품 브랜드 마케팅 노하우 살려 생산자-소비자 연결 역할

 

주 대표 "사업 DNA는 옷가게하던 아빠로부터…소비서 나눔 전환 비즈니스 꿈 꾼다"

 

월간계란 주여달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진=월간계란

"계란이 왔어요. 계란이 왔어요."

 

요즘이야 도회지에선 보기 쉽지 않은 풍경이지만 한때 트럭에 계란을 가득싣고 확성기를 켜고 주택가 곳을 누비던 계란 판매 차량에서 들려오던 정겨운 소리다. 계란차가 오면 주부들은 계란을 사기 위해 집안일을 하다말고 몰려나오곤 했다.

 

'월간계란.'

 

월마다 펴내는 잡지 이름이 아니다.

 

갓낳은 신선한 달걀을 구독서비스를 통해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소셜벤처이자 스타트업 회사명이다.

 

"계란은 늘 집에 있어야했지만 신경써서 구매하는 고관여 상품이 아니었다. 그냥 마트에서 값싼 것을 고르는게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닭의 사육환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고 좀더 좋은 계란에 대한 소비도 늘어나고 있다."

 

예비 사회적기업이기도 한 월간계란(MONTHLY EGGS)을 창업한 주여달 대표(사진)의 말이다.

 

외갓집이 있는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 대표는 어린 시절을 계란에 휩싸여 살았다. 외할아버지가 양계장을 크게 했기 때문이다. 계란을 꺼내는 날은 온 가족이 함께 땀을 흘리고 잔치를 하는 날이었다.

 

"외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양계장을 이어받은 외삼촌은 닭의 사육환경을 바꾸고, 클로렐라 배양액으로 닭을 길러 좀더 좋은 계란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했다. '닭장'으로도 불리는 케이지 사육이 아닌 평사를 활용하는 방사 사육으로 전환하고, '클로렐란'이라는 유정란 무항생제 대란도 그렇게 탄생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다 어느날 내려간 고향에서 주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계란의 판로가 막혀 외삼촌이며 주변 양계농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는 외국계 화장품 브랜드 마케팅을 10년 넘게 하고 있었다. 자신이 뭐라도 해야만했다. 어릴때부터 늘 함께 했던 '계란'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닭들은 매일 알을 낳는데 이를 판매할 곳이 없었다. 양계농을 하시는 분들은 디지털도 취약해 온라인 판매도 쉽지 않았다.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만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파는 일과 계란을 판매하는 일은 또 달랐다. 온라인으로 계란을 사먹는 인식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많지 않았다.

 

"본격 사업을 하기전 우체국 택배를 이용해 전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계란을 보내 테스트했다. 파손 여부도 잘 체크해야했다. 판매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자체적으로 구축한 쇼핑몰을 활용했다. 사업이 되겠다고 판단해 다니던 회사를 결국 그만뒀다."

 

변호사이자 공인회계사인 남편 정순문씨의 든든한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물론 남편은 경력을 살려 월간계란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주여달 대표(오른쪽)와 남편 정순문 씨가 계란을 선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월간계란

초란 방사유정란, 청계알 유정란, 친환경 무항생제 클로렐라 유정란 대란, 맥반석 계란 등을 정기 구독서비스하는 월간계란은 그렇게 탄생했다. 육지는 하루, 제주도 등 섬은 이틀이면 배송이 가능하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계란의 10%는 어려운 쪽방촌 노인들과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한다. 2020년 9월엔 기술보증기금 소셜벤처 가치평가센터로부터 소셜벤처 인증도 받았다.

 

"10% 기부하는 것 때문에 계란값이 비싼 것 아니냐고 문의하시는 고객도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소비자에겐 온전히 제품을 배송하고 구매 계란 수의 10% 만큼을 월간계란이 기부하는 것이다. 오해없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웃음)"

 

유정란을 만들기 위해 암탉과 수탉을 평사 방사장에 한꺼번에 넣고 키우다보니 월간계란의 알이 '부화가 잘 되는 계란'이라는 소문은 TMI(too much information)다.

 

"닭도 사람과 똑같다. 많이 움직여야 좋은 계란을 생산할 수 있다. 방사 사육이 케이지 사육보다 양질의 계란이 나오는 것은 이때문이다. 여름엔 닭들도 물을 많이 마신다. 여름 계란이 겨울 계란보다 잘 풀어지는 것은 이런 이유다. 간절기엔 피가 묻은 계란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월간계란에서 제공하는 모든 계란에 찍힌 번호 중 마지막 숫자는 사육환경 가운데 '평사 방사'를 뜻하는 2가 포함돼 있다. '1'은 자연 방사, '2'는 평사 방사, '3'은 개선된 케이지, '4'는 일반 케이지에서 각각 닭을 사육했다는 의미다. 나머지 숫자는 산란일, 그리고 영어와 숫자가 합쳐진 기호는 생산농장 고유번호다.

 

주 대표가 전하는 계란 보관팁도 참고해볼 만하다.

 

"껍질에 새겨져있는 글씨가 위에 오도록 보관해야한다. 계란도 아이의 머리와 같이 숨구멍이 있다. 거꾸로 세워 이를 막지 말아야한다. 또 냉장고에 저장하다 상온에 오래두면 신선도가 떨어져 상할 수 있다. 계란은 온도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계란이 땀을 흘리게 하면 안된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그를 생존경쟁이 치열한 '사업 현장'으로 끌어들인 것은 어쩌면 부친의 DNA 때문이다.

 

"아빠는 중학교때까지 시장에서 옷장사를 하셨다. 서울에서 보따리로 옷을 떼와 파셨다. 돈이 아까워 짐꾼도 쓰지 않으셨던 분이다. 그런 아빠가 늘 존경스러웠다. 서울에서 대학에 다닐 땐 아빠 생각이 많이 나 동대문시장을 잘 가지 않았다. 장사의 피는 그렇게 타고난 것 같다.(웃음)"

 

주 대표는 계란 뿐만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

 

"생산자들에겐 판로를 돕고, 소비자들에겐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연결자 역할을 하고 싶다. 소비가 나눔으로 전환되는 비즈니스를 꿈꾼다."

 

함께 인터뷰에 나온 주 대표와 남편이 마주보며 활짝 웃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