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수업 확대 -> 학교 폭력 증가
피해자, 또래와 분리된 지원 필요
코로나19로 줄었던 학교 폭력이 대면 수업 확대와 함께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피해자 회복 프로그램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경찰청에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 청소년 범죄 통계 분석에 따르면 2019년 1만1832건이었던 학교 폭력 신고는 2020년 절반 수준인 5555건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다시 6823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범죄유형벌 검거 인원 통계를 2017년과 비교하면 폭행·상해(-47.3%p), 금품갈취(-11.6%p) 등 물리적인 폭력은 줄어든 대신, 모욕·명예훼손(72.3%p), 성폭력(28.5%p) 등 정서적 폭력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교내보다는 학교 밖 폭력이 많았는데 디지털 기기의 발전에 따라 사이버 폭력이 빈번해졌다. 통계적으로도 범죄 가운데 19.8%는 온라인 등 사이버 상에서 발생하는 범죄로, 학교폭력 5건 중 1건은 사이버에서 일어나고 있다. 학교폭력 신고자는 초등학생이 56%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중학생 24.3%, 고등학생 15.3% 순이다.
학교 폭력의 실체는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광주광역시 한 고교생이 학교 폭력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 조사결과, 가해 동급생 11명은 숨진 학생을 지속적으로 폭행·성추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의 목을 조르며 소위 '기절놀이'라고 말하는 폭력을 가하는 동영상도 남아있었다.
지난해 4월 전남 완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지속적인 기절놀이 폭력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가해 학생들은 피해자의 기절 모습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중학생이 다른 학생으로부터 기절놀이를 당해 쓰러진 사건이 있다. 당시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으로부터 성추행까지 당했다. 기절놀이란 숨이 막힐 때까지 목을 졸라 실신시키는 행위로 많은 학교 폭력을 양산했던 위험한 행위 중 하나다.
언뜻 학교 폭력이 줄어든 것처럼 보였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수치상 변화일 뿐, 학교 폭력 근절에는 큰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폭력 수치가 줄었다는 이야기는 인정할 수 없다"며 "오히려 사이버 폭력이 심화되면서 24시간 감시 체제에 돌입했기 때문에 피해학생에게는 정신적 괴로움이 가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열린교육연구의 2022년 '학교폭력 피해학생 치유 프로그램의 효과 분석' 논문에 따르면 현재의 제도적 환경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방안이 양적으로 다수인 가해 청소년에 대한 처벌과 대처 중심으로 치우쳐 있다고 말한다. 또한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대상으로 한 치유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여 보다 많은 피해학생들이 일상생활로 회복하는데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학교 폭력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피해 학생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주로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위(Wee)센터'다. 조정실 학폭피해가족협의회장은 "피해 학생도 가해자와 또래이기 때문에 통합형 시설이 아닌 분리된 공간에서 독립적인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WEE센터의 경우 통합적 지원 시설이기 때문에 피해 학생들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조정실 회장은 "전국의 약 1만1700개 학교 중 피해 학생 없는 학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피해 학생 전담의 학교 폭력 대안 교육 시설은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다"며 "아직까지도 정부는 피해 학생을 위한 회복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조 회장은 "피해 학생에게는 독립된 전담 지원 시설이 필요하다. 또래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통합된 시설에서는 오히려 다시 상처받을 확률이 높다"며 피해 학생만을 위한 전담 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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