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새 ROTC 지원자 39% 급감...니나 가라 학군단
학사장교는 인공호흡기...임관자 70%가량 줄어
기본적 처우는 물론, 사회에 존경받는 '장교단 품격'도
올해 육군학생군학교의 ROTC(학군장교) 사관후보생 모집 마감이 지원자가 적어 연기됐다. 2018년 1만2600명이 지원한 것과 비교해 약 39%가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군장교 지원자가 줄어든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육군학사장교(이하 학사장교)는 아예 존립 자체가 불투명할 정도로 지원자뿐 아니라 임관자(소위)가 66% 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01년에 임관한 학사장교 37·38기는 1422명이 임관했다. 지난해 임관한 학사장교 66기는 2001년 대비 66% 가량 감소한 487명에 그쳤다. 2010년 학사 과정으로 편입된 여군사관인원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학사장교의 감소는 훨씬 크다.
2010년 학사장교 과정은 연 2기수에서 1기수로 통합됐고, 별도의 장교양성 과정이었던 여군사관 과정도 편입됐다. 그럼에도 그해 임관자 수는 669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1998년 학사장교 31·32기가 2000명 가까이 임관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2010년 이후 학사장교 과정은 쇠락의 길을 걸어왔고,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해외 유학자 등 우수하고 유연한 인재들이 몰려들었고, 육군 중대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학사장교의 몰락에 대해 경고등은 계속 켜져왔다.
그런데도 군수뇌부와 정계, 그리고 언론은 외면했다. 그 결과 학사장교에서 시작된 몰락의 불꽃이 학군장교, 3사장교, 육사장교 과정으로 산불처럼 번지고 있다. 장교단은 이제 경찰학원, 소방관학원, 영업학원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세간은 병보다 긴 의무복무기간과 박복한 급여를 지적하지만, 장교단 몰락의 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니나 가라 학군단’이라는 말이 돌고, 현역장교들 사이에서는 ‘전역은 지능순’이란 말이 돈다. 기본적 처우도 중요하지만, 장교 경력이 사회에서 존중받는 경력이 아니기에 기피하는 것이다. 군인이란 길을 걷는 이들은 ‘명예’를 갈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전 세계를 막론하고 장교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이다.
기자는 미군기지나 자위대 기지를 방문할 때마다 예비역 소령으로서 방문국 장교단과 동일한 대우를 받았다. ‘장교단의 품격’은 국제적으로 형성된 불문율이다. 군대를 떠난 장교들은 사회에서도 조직을 이끄는 리더, 또는 창조적 산물을 만들어 내는 제작자로서 대접받는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장교단의 품격’을 찾아보기 힘들다.
‘장교단의 품격’을 찾기 힘든 것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독자적인 동물들처럼 굳어버린 대한민군의 군대·군사문화가 원인이다. 장교단이 정치판의 하수인이 되거나 또는 반란에 주동자가 된 역사. 또 하나는 그 원죄를 제대로 씻지 못해 이도저도 아닌 모습으로 우왕좌왕하다 신뢰를 상실한 것이다. 원로 장교들은 성조기가 부착된 전투복을 입고 정치시위에 뛰어든다. 청년장교들은 지켜야할 규정과 덕목을 깨고 군복을 자신을 포장하는 수단인냥 반라의 프로필 사진에 이용한다. 부사관과 병들에게 보여줄 모범과 품위는 없다.
임관 과정별로 적용되는 보이지 않는 품계, 소위계급을 달고 누구는 10년을 복무해야 10년근속장을 받는데 어느 누구는 6년만에 혹은 8년만에 근속장을 받는다. 출신의 차별이 존재하는 군대다. 모든 것을 접고 사는게 편한 것이다. 사회보다 더 진취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하고 모범적인 노력이 있어야 ‘장교단의 품격’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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