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 GS그룹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아름다운 이별'과 '분쟁 없는 가족경영'일 것이다.
1947년 구인회·허만정 두 사람이 만든 LG그룹의 모체인 '락희화학공업사'의 이 창립을 시작으로, 57년 동안 이어진 구씨 일가와 허씨 일가의 동행의 역사는 국내 재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동업의 정석'과 '계열분리의 본보기'를 보여줬다고 평가받는다.
3대까지 이어졌던 두 집안 동업은 몇 차례 계열분리로 마무리됐고, GS그룹은 2005년 LG에서 법적으로 계열 분리에 성공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그룹 경영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혈육 간, 동업자 간 얼굴을 붉히던 일이 비일비재했던 한국 재계 역사에 울림을 주는 일이었다.
GS그룹은 출범 이후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다. 공정위 자료 기준 출범 당시 GS그룹의 자산은 18조7190억원었지만 출범 10년 후에는 지난해 58조2000억원으로 3배 성장했고, 2020년 말 기준 자산은 67조6770억원을 달성했다. 그리고 올해는 코로나19 와중에도 GS칼텍스와 GS에너지 등 발전 자회사의호실적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GS그룹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조24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7064억 원보다 75.9% 급증했다.
GS그룹은 단순한 실적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 안정적인 형제승계와 두각 드러내는 4세 경영진
GS그룹을 설명하기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허창수 명예회장을 꼽을 수 있다. 고(故) 허준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 명예회장은 온화하면서도 단호한 지도자로 불리며 GS그룹 출범과 함께 허씨 가문의 추대를 받아 그룹의 대표로 선임된 인물이다. 게다가 허 명예회장은 2011년 2월부터 지금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아 최장수 회장으로 이름을 올리며 재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은 2005년 3월,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해 재임기간 동안 과 자산, 계열사 규모를 3배 이상 성장시키는 업적을 달성하고 그룹이 100년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이사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그 결과 GS그룹이 공격적 인수합병(M&A) 능력과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확충을 탄탄히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가 만든 가장 굵직한 성과는 그룹의 성장을 책임질 사업으로 '에너지·유통서비스·건설'의 3대 핵심 사업군을 구축해 집중 육성한 것이다. 201년 GS그룹의 에너지 중심 사업형 지주회사인 GS에너지를 2012년 출범시켰고, 에너지사업 부문 책임경영체제 강화,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신규 성장사업을 길러냈다. 또한 이를 통해 에너지 및 석유화학사업 다각화, 그룹 포트폴리오의 균형성장을 이루며 그룹 발전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 그는 GS그룹은 2019년 12월 임기를 2년 남기고 용퇴를 선언하며 당시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을 새 회장으로 추대해 리더십 변화를 추구했다. 지금의 수장인 허태수 회장은 GS 창업주인 고 허만정 선생의 3남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5남이자 허창수 명예회장의 동생으로 3세 경영의 마지막 주자로 여겨진다. 허 명예회장은 퇴임 당시 "GS의 안정적 기반을 다진 것으로 나의 소임은 다했다"며 "지금은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태수 회장은 2007년부터 GS홈쇼핑 대표이사를 맡아 GS홈쇼핑의 해외 진출과 모바일 쇼핑 사업 확장 등을 잇달아 성공시킨 이력이 있다. 대표이사 취임 직전 1조8946억원이었던 GS홈쇼핑의 연간 취급액은 허태수 대표이사 체제에서 2019년 4조2822억원으로 급증했다. GS그룹은 정유, 에너지, 건설 등 전통 산업 의존도가 높지만, 이런 이력을 가진 허 회장 취임 이후 '디지털 전환'에 방점을 두고 움직이는 중이다.
'허태수호'가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GS그룹의 4세 경영 구도도 눈여겨 볼만하다. '허정구계'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서홍 ㈜GS 부사장,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 등과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 자녀들인 '허준구계' 허윤홍 GS건설 부사장 등이 4세대 대표 주자로 꼽힌다. 허씨 일가는 칼텍스, 건설, 리테일 등 주력 계열사를 유력 가족 구성원이 직접 경영하고, 나머지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GS그룹은 지주사인 ㈜GS에만 49명에 이르는 허씨 일가가 유사한 규모로 지분을 나눠 가진 '가족 경영' 체제 아래에서 가족회의를 통해 그룹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태수 회장이 건제한 가운데 4세 경영을 언급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잖아 있지만, GS그룹 회장 추대 방식을 고려해 봤을 때 차기 회장 역시 '경영 성과'가 돋보이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허정구계의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허서홍 ㈜GS 부사장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고, 허준구계에서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활약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그룹 발전 차원의 대결 구도는 허 회장이 GS그룹을 이끄는 동안 일어날 M&A이나 벤처 투자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 사업생태계 확장에 박차 가하는 GS
GS그룹은 올해의 경영 방침으로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사업 생태계(Biz. Ecosystem, 비즈니스 에코시스템) 확장'을 제시한 바 있다.
허 회장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나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사업환경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며 "어느 때 보다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시대 에 미래성장으로 나아가려면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사업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에코시스템'란 GS의 계열사 간 협업 뿐 아니라 외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그리고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과의 교류와 협력관계를 증진시켜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위험과 기회에 대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GS그룹의 사업 생태계는 LG화학, 포스코 등과 함께 산업용 바이오 재료 생산 협력 관계를 맺었고, 국내외 바이오전문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에 잇따라 투자한 데 이어 최근에 는 레드바이오 분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가고 있다. 이외에도 ▲탄소중립 테크기업과 협력하는 분야 ▲전기차 충전 및 배터리 리사이클 분야의 유망한 테크 기업과 함께하는 분야 ▲퀵커머스와 반려동물 관련 분야 ▲친환경 스마트 건축의 분야 등 다양한 사업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주요 기업별로는 GS칼텍스, GS건설, GS리테일 등이 지속가능성장에 방점을 두고 강도 높은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우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존에 실행해온 변화의 노력과 부분적 혁신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를 '근원적인 혁신을 의미하는 딥 트랜스포메이션(Deep Transformation)'을 실행하는 원년으로 선포하고, 비즈니스와 디지털 영역에서 이를 강도 높게 추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GS칼텍스는 정유, 석유화학, 윤활유 등 기존사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원가절감 및 수익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를 지속적해서 추진하고 있으며, 그간 추진해 왔던 경쟁력 개선활동을 보다 세분화하여 추가적인 개선영역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GS칼텍스는 회사가 보유한 핵심기술이나 원료, 고객 등을 기반으로 유가 등 외부환경에 따른 변동성이 큰 기존 사업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미래사업을 검토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구조 확보와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GS건설의 미래는 친환경에 맞춰져 있다. 2019년부터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수처리 사업을 필두로 배터리 재활용 사업, 모듈러 사업 그리고 국내외 태양광 개발사업 등 친환경 관련 사업에서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GS리테일은 '통합 GS리테일의 New Vision 선포'와 함께 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데이터 중심의 고객만족 최우선 경영을 위해 온·오프라인 전 채널에서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통합· 활용해 개인화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GS리테일의 채널 내에서 생애 주기별로 새로운 고객 경험을 끊임없이 제공할 방침이다. 그밖에 통합 시너지 창출과 성장 인프라 구축을 위해 퀵커머스, 반려동물, 식품 사업 등을 적극 육성하고 핵심 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한다.
◆ GS벤쳐스로 미래성장 동력 투자·발굴하고 강화
GS그룹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활동을 통해 투자 생태계 확장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주회사 최초로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인 GS벤쳐스(GS Ventures)를 설립했다. GS벤처스는 GS의 지주회사인 ㈜GS가 자본금 100억원을 전액 출자해 지분 100%를 소유하는 자회사다.
GS벤처스의 투자 대상은 국내를 중심으로, 바이오·기후변화대응·자원순환·유통·신에너지 등 GS가 신성장 분야로 꼽고 있는 영역의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를 진행하는 형식이다. 특히, GS벤처스는 초기 설립 및 자금 유치 단계의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가운데 이후 단계에 대한 투자는 ㈜GS와 각 계열사와 협력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GS벤처스 초대 대표는 지난 연말 GS 임원인사에서 ㈜GS CVC팀장으로 외부 영입하였던 허준녕 부사장이다. 허 대표는 미래에셋 글로벌투자부문과 UBS뉴욕본사 등에서 국제적인 기업인수합병을 이끌어온 투자전문가다.
GS그룹은 이미 2020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CVC해외법인인 GS퓨처스를 출범시켜 해외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이번에 GS벤처스의 설립으로 GS그룹은 국내와 해외에 각각 CVC 자회사를 두고 국내외 스타트업에 전문적인 투자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게 됐다.
GS그룹은 그동안 스타트업 투자를 미래성장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천명해 왔기에 이러한 도전을 통해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허태수 회장은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미래성장으로 나아가려면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사업 생태계를 확장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평소에도 "대형 함선이 방향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없듯 전통적 대기업 모델이 변화를 읽고 적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신기술과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빠르게 읽고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협력이 미래성장의 핵심전략이라는 말이다.
사람의 나이로 치자면 2005년 3월 공식 출범한 GS그룹은 이제 청년기로 접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활동력 왕성한 기업이다. 재계에 본이 되는 'GS 스타일'을 구축하며 성장해 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