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조처 시행
국내 정유업계 "정제마진 하락시 CDU 가동률 낮출 수도"
미국이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의 미국 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자 국내 정유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재 정제마진도 5주째 하락하고 있어 국내 정유업계 수익률에 더 큰 타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일 미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 나가는 러시아에 대해 추가 압박에 나선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추가적인 고통을 주기 위해 취한 조치"라며 8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 수입을 금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를 수호하는 것에는 비용이 들지만 공화당 민주당 모두 이 같은 조처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미국의 부담을 감당하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미국의 제재로 러시아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액은 2350억 달러를 기록했고 러시아의 오일·가스 생산은 전체 GDP의 40% 가량을 차지했을 정도로 원유 수출은 러시아 경제의 큰 축이다.
미국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 원유는 약 3%이고 여타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면 8% 정도다. 미국은 러시아 원유 수입 중단을 대비해 ▲이란과 햅합의(JCPOA) 타결 진행 ▲중동 원유 증산 ▲미국 원유 자체 증산 등을 준비해 왔기에 미국 내 피해는 어느 정도 대응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미국의 러시아 제재는 국제 원유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유가 오름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결국 원유가 나지 않는 나라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원유 등을 원료로 수입해 석유·석화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정유·석화기업은 국제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정유 4사는 정제마진 상승과 석유제품 수요 회복으로 CDU(원유정제시설, Crude Distillation Unit) 가동률을 1년 10개월 만에 최고로 높인 상태라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를 여느 때보다 주요 이슈로 여기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 달 1일 기준 지난 1월 국내 정유4사의 CDU 평균 가동률은 81.6%로 2020년 3월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보다 9.9%p 올랐다. CDU 가동률은 가동 한 달 뒤 발표되는 수치다.
현재 정유업계에서는 CDU 가동률 추이만 놓고 보면 업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거의 회복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의 수익지표라고 할 수 있는 정제마진은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정유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CDU 가동률을 낮출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로 지난 2월 1~3주 연속 배럴당 7달러를 기록했던 정제마진 수치는 이달 첫째 주에 배럴당 5.7달러를 기록하며 5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에서 원유 가격을 뺀 수치로, 통상 4달러는 돼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석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정제마진도 동반 하락하는 형태라 지금의 유가 상승이 정유업계의 호재라고 풀이하기 어렵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계가 수입하는 러시아산 원유가 5%가 남짓이라 당장은 원유 수급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쟁이 길어지거나 러시아 에너지 제재 국가가 많아지면 대체 물량 확보 경쟁으로 국제 유가가 지금보다 훨씬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CDU 가동률도 5~6월에는 낮춰야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제재로 인한 유가 상승은 추이를 지켜봐야할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미국과 영국 이외에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해 제재를 가한 국가는 없다. 독일을 비롯해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EU 국가들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고 영국은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다. 러시아산 원유는 영국 원유 수요의 8%를 차지하고 있어 즉각적인 수입 중단은 힘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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