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명.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수다. 이들의 자살 이유는 주로 '경제생활 문제'. 즉, 소득수준이 낮거나 빚이 많아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 위기를 겪을 때마다 이 같은 이유로 자살을 택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발생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보기보다 국가적 책무로 보고 이들을 위한 경제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총 1만 3195명으로 하루 평균 36.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자살률은 청년층과 노년층에서 두드러졌다. 남성의 자살률(인구 10만명당 명)은 80대가 118로 가장 높았고, 70대(64.5), 50대(45.7)가 뒤를 이었다. 여성은 80대가 35.2로 가장 높았고, 30대(19.4), 20대(19.3) 순이었다.
특히 이들은 주로 학생, 가사, 무직인 경우가 절반 이상(50.9%)이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낮은 성인의 자살생각률은 청년기 6.5%, 장년기 4.2%, 중년기 10.4%, 노년기 12.7%로 노년기가 소득수준이 '하'인 경우 자살생각률이 가장 높았다. 또 일할 능력은 있으나 일하지 못하는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자살생각률이 취업자(3.2%)보다 높았다. 개인의 경제활동이나 소득수준에 따라 자살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 이듬해 자살률 급증
문제는 이 같은 자살률이 코로나19 위기 이후 더 증가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카드사태,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칠 때마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전년과 비교해 40~60% 증가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은 6125명으로 전년(5959명) 대비 2.7% 증가한 뒤 이듬해 1998년에는 8699명으로 급증했다. 1997년~1998년 유례없는 불황을 겪으면서 자살자가 45.9% 증가한 셈이다. 이들 중 66.2%는 가정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35~59세 중·장년층이었다.
2002년 카드 사태를 예로 들면 이 같은 추세는 확연히 드러난다. 2001년 당시만 해도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은 연간 6968명이었지만, 이듬해 8665명으로 늘었다. 카드사태는 봉합돼 갔지만 2003년 극단적 선택은 1만973명으로 처음 1만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중·장년층 자살자 또한 55.1% 늘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극단적 선택을 택한 사람은 1만2858명이었지만 이듬해인 2009년엔 1만5412명으로 늘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과감한 적자 재정을 편성하며 거시경제 위기로 전이를 막았지만, 온기는 아랫목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한 번 늘어난 극단적 선택은 2010~2011년 들어서도 연간 1만5000명을 넘겼다.
◆해외, 자살 심리적 요인 외 복지·경제정책 연결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살률이 경제위기가 닥친 해보다 이듬해 급증하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965년부터 1990년대까지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자살률이 3배 이상 증가한 핀란드는 심리부검을 통한 사회보장정책을 펼치고 있다. 자살자의 행동과 주변인물과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사회·경제·개인적 요인으로 얽혀있는 자살원인을 밝힌 뒤, 이에 따라 가족복지(출산·아동), 실업, 연금(기초), 의료(치료비·재활 등), 장애인 복지, 교육(무상교육), 대학생 복지 등의 사회보장정책을 마련했다.
1998년 경기불황을 겪으면서 연간 자살자가 3만3000명으로 급증한 일본은 복지와 경제를 자살예방과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닌 지자체에서 관리하고, 보완점을 정부 에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자살원인을 보다 명확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의 자살예방예산에 7508억원(2017년)으로 우리나라의 올해 예산(368억원)보다 20배 많다.
송민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계상으로 집계된 자살사망자 수 기저에는 경제문제 등을 자살위기에 처한 국민이 대규모로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자살예방정책이 아닌 경제정책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며 "인적자본손실은 국가 경제의 복원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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