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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철강/중공업

[르포]전기료만 月 6.5억…세계 최고 단조품 열처리 기업 삼흥열처리를 가다

현대車 1차 협력사, 글로벌 완성차 회사에 열처리 부품 공급

 

세계 최고 수준 열처리 품질 자부…경쟁 심화에 단가는 하락

 

인력난 극심해 일용직 외국인 근로자들로 생산인력 채워

 

주 회장 "뿌리산업 관심갖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어야"

 

주보원 삼흥열처리 회장이 경남 밀양에 있는 본사에서 회사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승호 기자

【밀양(경남)=김승호 기자】"현 (문재인)정부는 뿌리산업에 관심도 없더라. (정부 관계자 등에)수 백번도 더 이야기했다. MB정부때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6대 뿌리조합 이사장이 임원으로 참여한 뿌리산업위원회라도 열면서 목소리를 들었었다."

 

경남 밀양 사포산단에 있는 삼흥열처리 본사에서 만난 주보원 회장(사진)이 무거운 이야기부터 꺼냈다.

 

삼흥열처리는 주 회장이 1985년 설립한 회사로 99년부터 현대자동차 단조부 1차 협력업체로 등록해 자동차 주요 부품에 쓰이는 단조품 열처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GM, 폭스바겐, 토요타, 혼다, 아우디, 포드, 볼보, 클라이슬러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글로벌 완성차 회사와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삼흥열처리가 가공한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단조품 열처리기업을 목표하고 있는 삼흥열처리가 가공하는 단조품만 1500여 종으로 이들은 자동차, 중장비, 산업기계 등에 주로 쓰인다. 하루 열처리 생산량만 550톤(t) 규모에 이른다.

 

열처리는 주조, 금형, 소성가공(단조), 용접접합, 표면처리와 함께 '6대 뿌리산업'에 속한다.

 

탄소강 등 합금강을 단조로 가공하면 철이 갖고 있는 본연의 성질이 파괴되는데 이를 고온의 열과 냉각 등을 통해 복원하는 과정이 열처리다. 열처리를 끝낸 부품은 절삭, 연마 등 재가공 과정을 거쳐 자동차 등의 부품으로 재탄생한다.

 

열처리를 하지 않으면 뒤틀림이나 휨, 균열, 찌그러짐 등이 쉽게 발생해 부품이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열처리가 산업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이때문이다.

 

주보원 회장이 공장을 둘러보며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김승호 기자

기자가 공장을 방문했을때도 열처리를 기다리거나 마친 단조품들이 곳곳에 쌓여있었다.

 

공장안에선 뜨거운 열을 뿜으며 부품을 열처리하기위해 기계와 사람의 분주한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회사가 한달에 내는 전기료만 평균 6억5000만원 정도다. 우리가 아마도 전 세계 열처리 공장 가운데 전기를 가장 많이 쓸 것이다(웃음). 최근 한국전력이 당초 내렸던 전기료를 인상했는데 또 올리면 우리같은 기업은 정말 힘이 든다.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중소기업 뿌리산업 전용 전기 요금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회사로 소개한 삼흥열처리의 경우 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나 된다.

 

주 회장이 회사를 설립하고나서 꾼 꿈은 '전기료 1억내는 회사'였다. 열을 많이 쓰는 업종 특성상 전기료는 회사의 규모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는 "전기요금을 1억원 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 꿈의 6배까지 이뤘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올해로 37년째가 되는 주 회장의 삼흥열처리는 올해 매출이 200억원 정도에 이를 전망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엔 225억원까지 찍었었다. 임가공 제조업의 이 정도 매출 규모는 일반 제조업 매출 2500억원 정도와 맞먹는 수준이다.

 

뿌리산업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삼흥열처리도 상당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은 더욱 심각하다.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사람은 더 필요하게 됐다.

 

그는 "품질관리 파트는 그렇지 않지만 공장엔 젊은이들이 오질 않는다. 90명 정도인 생산직 인력 평균 연령은 55세다. 칠순을 넘은 분들도 적지 않다.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다보니 정년이 없는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52시간제 시행 이전엔 주·야간으로 40명씩 교대하던 것이 지금은 3조 2교대를 하고 있지만 일할 사람이 없어 매일 인력회사를 통해 일용직 외국인 근로자들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 회장은 "좋은 취지로 52시간제를 만들어 시행했지만 현장에선 이처럼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부회장과 노동인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함께 맡고 있다.

 

삼흥열처리 공장 곳곳은 노란실선으로 사람과 지게차 등 기계가 다니는 길을 구분해놓고 있다. /사진=김승호 기자

수 많은 철 관련 부품들이 매일 매일 들락달락하며 쇳가루나 미세먼지가 적지 않게 날릴 것으로 예상했던 공장은 반도체공장 만큼은 아니더라도 눈에 보기에도 매우 깨끗했다. 게다가 공장 내부나 부품을 쌓아놓은 야적장 등에는 사람이 다니는 길과 지게차가 다니는 길이 철저하게 구분돼 있었다.

 

삼흥열처리의 사훈인 '근면, 성실, 창조' 외에 기자의 눈에는 '안전, 청결'도 함께 보였다.

 

지금은 주말을 이용해 가끔 바이크를 타며 여가를 즐기기도 하는 주 회장이지만 40년 가까운 세월 사업을 하면서 굴곡도 적지 않았다.

 

2002년 당시 산사태로 김해에 있던 공장 전부를 흙더미속에 묻어야했던 게 가장 아팠던 기억 중 하나다. 그 사고로 직원 1명도 잃었다. 주 회장은 4개월만에 정신을 차리고 지금의 자리에서 공장을 짓고 다시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단조, 열처리 기술과 품질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이 심화돼 단가는 독일, 일본의 3분의 1수준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제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줘야한다."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으냐'는 물음에 그는 대뜸 현 정부에, 그리고 내년에 출범할 새 정부를 향해 속내를 내비쳤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선 그의 삼흥열처리도 임직원들과 함께 얼마든지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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