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정치인이 하는 말(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서, 정치집단이 모인 당의 당론에 따라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정책이나 법안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치부 기자로 여야를 취재하다 보면 정치인들의 말을 항상 듣게 된다. 전화로 취재를 하거나 인터뷰를 할 때도 있고 그 외에도 소소한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렇기에 정치 영역에서 정치인의 말에서 느껴지는 품격은 말을 통해 그 사람의 가치관, 성격 등을 알 수 있어 중요하다.
정치인의 말이 주는 파급력은 크다. 오죽하면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도 있을까. 그러나 국회에서 매년 되풀이되는 국정감사를 보면서 말과 품격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곱씹게 된다. 특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 정치인들의 말들을 보면 과연 그들이 이야기하는 품격과 권위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정치에서 말은 의도를 담는 경우가 많다. 단순하게 지지자들을 뭉치게 하기 위한 말을 비롯해 현안에 대한 주제를 선점하기 위한 말, 이슈를 덮고 프레임을 짜기 위한 말 등도 있다.
최근 진행된 국감을 보고 정치인의 말에서 시민들은 품격을 느낄 수 있을까. 더욱이 대선 국면에 접어든 정치를 보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총과 칼을 안 들었을 뿐이지 흡사 내전을 방불케 한다.
금년 국감에서, 그리고 대선 국면에서 정치인들은 스스로 어떻게 평가할 지 궁금하다. 윽박지르거나 호통을 치고, 여야의 정쟁이 되는 사안에서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는 모습들. 민주당 경선 과정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지지자들의 갈등,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막말 퍼레이드를 보면 존중과 국회의 권위를 말하는 정치인들이, 그들 스스로를 깎아내는 것 아닌가 싶다. 이들이 말하는 단어들은 차마 쓰기도 민망해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쉽지 않다.
이 가운데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여야의 고성이 오간 국감장에서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적이 아니지 않나. 진지하게 우리가 국회의원으로서 존경받는 사람으로 좀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달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어느 순간부터 이분법적인 논리로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인식. 사회적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계층·세대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른 대한민국에서 포용과 배려라는 정치인의 말과 품격을 기대하긴 너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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