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관(장교)후보생의 지원률이 급감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청년 장교들 사이에서도 '내가 왜 군인을 선택했을까'라는 후회감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
대위로 진급한지 오래되지 않은 후배가 며칠 전 "같이 교육받던 교육생 중 절반이 육사(육군사관학교) 출신이었는데, 비 사관학교 출신과 마찬가지로 제대를 심각하게 고민하더라"고 말했다. 왜 엘리트 군인으로 10년 이상 장기복무를 보장받는 사관학교 출신들이 군생활에 염증을 느꼈던 것일까.
이들 다수는 10대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 대신 '조국과 국군'을 위해 사관학교를 선택했다. 힘들고 어려운 군사교육과 통제된 생활을 견뎌내고 장교가 됐지만,고교 시절 성적이 비슷했던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에는 '해외여행', '고급스런 식사', '좋은 차'의 사진이 올라온다. 반면, 직업군인을 택한 자신은 위장크림을 바르며 나이를 먹어가는 사진뿐이다.
꼰대스럽게 '군인은 호사를 멀리하고 청빈하게 살아야 해. 귀관들은 나라의 몸이야'라고 꾸짖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국가주의가 아닌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에 군인이라고 희생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군사정부 시절의 장교는 지금보다 더한 박봉과 열악한 환경에서 군생활을 했어야 했다. 대신 명예와 사회적 존중이 뒤따랐다. 시민 대다수가가난하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던 시절, 장교는 고등교육을 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 계층이었다. 제한적이었지만, 민간 사회보다 선진적인 업무교육과 해외 유학경험도 제공받았다.
엘리트가 아닌 직업군인과 말단의 병은 최소한의 권리조차 입에 담을 수 없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과거에 비해 징병된 병도 자신의 요구를 밝힐수 있는 지금의 군대가 훨씬 건강한 군대다.
그렇지만, 장교와 부사관의 처우개선은 병에 비해 여전히 더디다. 군수뇌부와 시민사회는 '선택한 길이잖아', '니들은 간부니까'와 같은 말로 참으라고만 말한다. 급여는 임무에 비해 박하다. 시민사회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존재'정도의 취급을 받는다.
'병의 급료를 최저시급에 맞춰 주자', '징병제 대신 모병제를 도입하자' 등 군관련 포퓰리즘 정책안들은 최근 쏟아지고 있다. 병에 대한 처우보장은 당연한 일이지만, 직업으로 군인을 선택한 청년들의 처우도 보장돼야 하지 않겠나.
병장 기준으로 월 200만원 정도를 급여로 지급하겠다면, 더 많은 책임과 전문성을 요구받는 초임 간부의 급여도 그만큼 인상돼야 한다. 병의 월급이 초급간부보다 많아진다면, 청년들은 간부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군생활이 좋아졌다고 해도 군대는 군대다. 징병된 병의 입장에서 간부가 더 편해보일지 모르겠지만, 직업으로서 간부들의 삶은 고달프다. 특히 신세대 간부들은 자신과 또래이면서 동등 또는 그 이상의 학력을 가진 부하들을 지휘해야 한다. 청춘을 바쳐도 전역 후 삶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가고 싶고 남고 싶은 군대가 아닌데, 우수한 청년들이 군간부로 책임을 짊어지려고 하겠는가. 선진국처럼 군간부가 군과 시민사회에서 진정한 존중을 받을 수 없다면, 국군은 구한 말 군대처럼 유약하게 쓰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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