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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전기/전자

[메트로가 만난 기업人]"세계 최고의 OPC 드럼 목표" 케이알 오피씨 신만순 대표

문닫은 백산OPC 출신 전문가들 의기투합해 새 회사 차려

 

동료와 4개월간 헌 공장 청소만…첫 가동 성공후 수출까지

 

수출길 열리는 찰나 코로나 터져 고전…올해는 다소 숨통

 

신 대표 "우리가 韓 OPC 마지막 자존심, 분명 살아남을 것"

 

케이알 오피씨 신만순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승호 기자

대한민국, 아니 세계 최고의 OPC드럼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했다.

 

한때 증권시장에 상장까지하며 국내 OPC드럼 시장을 호령했다 우여곡절끝에 문을 닫은 백산OPC(한프)에서 기술개발, 생산, 품질관리, 영업 등 각자의 자리에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은 이들이 모여 새로운 회사를 차리면서다.

 

케이알 오피씨(KR OPC)와 신만순 대표(사진)가 주인공이다.

 

사명속 KR은 '코리아(KOREA)'의 약자로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OPC 회사를 지향하며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옛 동료들을 규합해 2018년 6월 KR OPC를 설립하고 회사를 이끌고 있는 신만순 대표는 백산OPC에서 청춘을 보내고 총괄본부장과 부사장까지 거친 인물이다. 당시 회사에서 독일, 영국 등 유럽시장을 총괄하기도 했다.

 

백산OPC는 한때 글로벌 OPC 드럼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던 회사다.

 

"전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연구소장, 생산부장, 품질부장 등과 함께 앞서 경매로 받아놓은 경기 평택의 공장을 손봐 재가동을 준비해 첫 가동하던 그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신 대표가 당시를 회상했다.

 

6년 넘게 방치돼있던 공장을 탈바꿈시키기까진 적지 않은 공이 들었다. 공장에서 4개월 내내 청소만 했다. 찌든 때를 벗기고, 못쓰게 된 물건 등을 버리는데 트럭 몇 대를 써야했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땀은 가시질 않았다.

 

문 닫은 회사를 나왔다는 동질감도 있었지만, 쓴 맛을 본 동료들과 새로운 곳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더욱 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 신 대표와 동료들은 재가동 준비를 완벽하게 끝내고 OPC 드럼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때가 2019년 3월18일이다. 첫 제품이 나오고 열흘 뒤에는 첫 수출도 했다.

 

KR OPC 신만순 대표./사진=김승호 기자

'OPC(Organic Photo Conductor) 드럼'은 레이저 프린터에서 토너의 잉크 성분을 밀착시켜주는 롤러 형태로 생긴 핵심 부품이다. 특히 유기 감광제를 알루미늄 튜브에 코팅하는 작업은 매우 정밀하고 민감해 완벽한 크린룸 설비를 갖춰야한다. 일반 프린터가 레이저 프린터로 바뀌고 이를 활용한 복합기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OPC 드럼 시장은 또다른 핵심부품인 카트리지와 함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완제품(OEM) 시장을 제외한 OPC 드럼을 재생해 쓰는 애프터 마켓(After Market)만 전 세계적으로 약 3조원대에 달한다.

 

캐논, HP, 리코, 후지제록스 등에 OEM으로 OPC 드럼을 공급하거나, 아니면 사용한 드럼을 재생해 시장에 판매하는 형태다.

 

KR OPC는 당장은 애프터 마켓에서 강자가 되고, 궁극적으로 내노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첫 수출은 중국으로 했다. 3만개가 나갔다. 일본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 일본은 샘플만 오가며 검증하는데 몇 개월이 걸렸다. 그러다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유럽,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으로 수출도 시작했다."

 

애프터 마켓에서 나오는 재생 드럼을 잘 쓰지 않는 국내의 경우 OPC 드럼 시장은 한 달에 고작 3만개 정도다. KR OPC의 현재 월 생산 능력은 3000개에서 4000개 수준. 기존 2개의 생산라인을 하나 더 늘리면 생산량은 더 늘어난다.

 

국내에서 소비가 안되다보니 결국 해외시장을 뚫어야 먹고 살 수 있다. 신 대표와 KR OPC가 제품 생산 초기부터 해외시장을 공격적으로 노크한 것도 이때문이다.

 

신만순 대표 /사진=김승호 기자

그런데 지난해 초 갑자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닥쳤다. 전 세계를 발로 누비며 영업을 해도 모자를 판에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주요 홍보·마케팅 수단이었던 해외전시회도 모두 취소되면서 기술력을 뽐낼 수 있는 길까지 막혔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인도에선 선수금까지 주며 물량을 주문했는데 결국 컨테이너를 가져가지 않더라.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도 했지만 일부 직원은 휴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창밖만 보면 눈물이 나오더라." 신 대표가 인터뷰 중간에 잠깐 울컥했다.

 

그래도 올해 상황은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수출도 다소 늘고, SNS 등을 통해 해외 바이어들과 소통도 꾸준히 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공장을 가동하고, 인건비를 주고, 제품을 개발해야 할 운영비 걱정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제품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지만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세계 최고인 일본의 캐논, 후지, 미쯔비시 등에 버금가는 기술 수준을 이미 확보했다. 설비만 갖추면 당장 양산도 가능하다. KR OPC가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에 (글로벌 기업과 견줄)OPC 회사는 없다. 우리는 사명감을 갖고 분명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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