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공모가격 정정사례가 잇따르는 중이다. 하반기 최대 기대주로 꼽혔던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는 곳들이 여럿 생겨났다. 그들이 금감원이 요구한 정확한 이유를 공개하지 않아도 시장 참여자들은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다.
최근 공모가 논쟁은 대형 공모주들로선 한 차례 거쳐 가야하는 숙제가 됐다. 마치 고위직 내정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회를 보는 듯 하다.
외국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던 크래프톤과 SD바이오센서는 결국 시장 눈치를 보다 공모가를 낮췄다. 카카오페이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과열된 IPO 시장 분위기는 합리적인 공모가를 발견해야 할 이들의 기능을 퇴색시켰다. 기관투자자는 청약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짙어져 수요예측의 정확성이 떨어졌다. 주관사 사이에선 딜 수임을 따내기 위한 쟁탈전이 치열해지며 밸류에이션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주관사와 기관 수요예측이라는 기존의 시장질서가 하지 못했던 걸 개인투자자들이 해내는 중이다. 최근의 '공모주 청문회'가 이를 말해준다. 여론을 형성해 높은 공모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금융당국에 민원을 넣는다.
기관 못지않게 공모주 투자에 많이 참여하며 기업을 평가하는 개인의 눈높이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예비 상장사가 사업 유사성이 떨어지는 해외 기업을 물색한다면 그 이유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은 회사를 동종그룹에 꼽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공모 범위가 국내 유사 업체보다 10배 이상 높은 PBR을 제시한다면 곧바로 의구심을 제기하고 비판한다.
상장을 앞둔 기업들, 밸류에이션을 측정해야 할 주관사들은 이전보다 더 철저히 공모가의 적정성을 따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관찰과 감시가 만들어낸 새로운 검증 절차에 오르는 것을 두렵게 여겨야 한다. 상장은 공정한 경영체계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성과를 투명하게 공유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공모가 기준이 이해관계에 따라 정해져 기업의 본래 가치가 왜곡된다면 현명한 투자자들이 만들어낸 청문회에서 반드시 걸러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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